구광본, 강, 1987
만남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내가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였죠
그대는 물방울을, 땀을 뚝뚝 흘리며 방파제 위에 올라섰습니다 내가 하염없이 걷고 있던 여름 한낮 그대는 바다에서 물질해 온 해산물 한아름 안고 땡볕 아래 물방울 뚝뚝 떨어뜨리며 나타났던 것이죠
그대 보는 순간,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쁘게 땀흘려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땀을 흘려 젖은 솜바지꼴이 되기가 일쑤였으나 기쁘게 땀흘려 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그대, 물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그대 온몸의 땀방울에 목을 축이고 싶었읍니다 흠뻑 젖고 싶었습니다
놀라왔습니다
잎 피는 길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였습니까
ㅡ 만해
ㅡ 만해
그대가 오는 길 내가 가는 길
비가 오고 또 우리 앞에 놓인
천둥과 먹구름의 시절
가시에 찔려 내 몸은 빛납니다
강둑 따라 손 잡은 이파리들
쓰러지지 않는 저 나무 짚고 오세요
그대 찢어진 이마에 피는 꽃잎,
그대가 내어놓은 불빛입니다
가지 않은 길은 이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물소리 깊어지고 험해질수록
뜨거운 그대 입김에 젖는 나는
온몸으로 툭툭 잎 피어요
강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
가을빛에 떠밀려 헤메기만 했네
한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
지는 해에도 쓸쓸해지기만 하고
앝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http://naoshimaisland.blogspot.kr/2013/03/blog-post_72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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