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고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생각하는 인간, 독립적인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가령 윗 문장을 읽고, 너무 고독해서 힘들어 죽을 지경에 처해 있는 자가 '그래도 사람은 고독해야 해'하는 식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자신을 괴롭힐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고독도 아니고, 철학은 더더욱 아니고, 그저 '스스로 철학을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누구에게서 듣거나 책에서읽은 말이 자신의 상황과 상관없이 자기에게 어떤 정답, 곧 진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는 사고에서 생겨난다. 스스로 철학한다는 것은 그런 진리도, 그런 진리를 말해줄 사람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일,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이른바 보편적 진리를 무시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일에 다름아니다.
1. 가령 부모가 되거나, 상사가 되거나, 군대에 가거나, 선생이 되거나, 혹은 사랑받는 연인이 되는 경우처럼, 무제한의 권력이 주어진 상황에서 한 인간은 그녀가 어떤 인간인가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2. 철학자는 '왕자병'(王子病)에 걸리지 않는다. 철학자가 병에 걸릴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왕병'(王病)일 수밖에 없다. 독립적으로 사유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철학자가 자기 존재의 근거를 타인에게 의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3. "안전과 안락에 대항하여 위험과 모험을 다시 창안해야 한다." - 알랭 바디우, <사랑예찬>(길, 20쪽)
4. 어떤 것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 반드시 그것의 가치를 긍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5. 식민지인의 초상 - "이론은 서양분들에게, 우리는 도덕적 실천을!"
6. 폭력의 정의 -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를 대신하여, 때로는 '그를 위해서' 대신 정해주는 일.
10. '이름'이라는 책이 없다!
11. 철학의 명령 - "어떤 경우에도 너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너의 세상을 살아라!"
12. 당신의 글은 늘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 의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읽히고 있다.
13. 언어에, 기호에 도달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진실에, 현실에 머무르고 있다.
14. '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관점에서 나를 보는 연습 - 나의 의도가 근본적으로 좋은 것이었다면, 내가 한 일의 결과가 좀 나쁘더라도 나를 너그럽게 바라보는 것(이것이 내가 한 일에 대한 냉정한 평가, 때로는 내가 책임져야 함을 불가능하게 하지는 않는다).
15. 이 놀라운 한 마디! - 어둠이 빛을 낳는 세상, 빛이 어둠의 결여인 세계
16. 의도와 결과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구분할 필요가 있다.
17. 나눔에 인색한 사람은 증오를 불러일으킨다.
18. 니체가 바라보는 '양심의 가책'의 기원 - 정당하게 표출해야 할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못한 사람은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린다. 자기 처벌 기제의 '내면화'.
19.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과는 적어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
20. '타인의 말을 여하튼 자기 맥락에서 읽어버리는' 인간들의 어리석은 악습이 없다면, 이 세상에 분노와 싸움은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21. 자기 혐오는 '혐오'가 아니라 '자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담론이다. 결국 그녀의 세계에는 남이 없고 나만 있다. 결국 그녀는 '자기 얘기'만을 한다. 실로, 실로 끔찍한 일이다!
22. 서양문명의 특성은 개별자들을 가로지르는 메타적인 것 곧 보편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킨켰다는 점이다.
23. 때로 '성격 좋다'는 사회성이야말로 자기 소외의 완벽한 형식, 자기 파멸에 이르는 길이다.
24. 인식론적 반성 - "대부분의 인간들이 말하는 진실이란 '자기 느낌의 진실', '자기에게 진실하게 느껴지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경우 보통 인식론적 반성의 결여로 인하여,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자, 이런 말을 듣고 나서 화가 나는가? 혹은 공감이 되는가? 혹은 나아가 안심이 되는가? 그런데, 당신은 위의 문장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위 문장을 어떤 뜻으로 이해했는가? 그런데, 위의 문장은 실제로 당신이 이해한 의미를 가질까? 혹은 위의 문장은 필연적으로 당신이 이해한 바로 그 의미로만 해석되어야 하는 문장이었던 것일까?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대답하는 행위를 인식론적 반성, 혹은 보다 적절하게는, 인식론적 검토라고 부른다.
24. 남들은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심지어 때로는 나 자신도.
2013.06.-20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