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epiphanie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epiphanie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4. 7. 26.

epiphanies 02



0. 고통은 삶의 조건이다. 고통의 부재란 이미 죽은 상태, 혹은 가장 나은 경우, 거세된 상태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통의 제거, 고통에 기초하지 않은 위안과 위로를 말하는 모든 책들은 기만이자 위선이며 결국은 구역질나는 장사이다.
1. 나는 거의 모든 곳에서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쩔쩔 매는 경우를 본다. 어린아이 같이 굴지 말고, 그저 담담하게 변명없이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원한조차도 사라진다. 니체의말대로, 고통만이 인간을 개선시킨다.
2. 억울한 일을 당한 경우, 혹은 억울한 삶을 살아왔으면서, 자신에게 원한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을 당한 경우 타인에 대한 증오, 억울함, 원한, 시기, 질투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에서 억울한 일을 전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실상 오직 정도의 문제가 된다. 스스로 의식적으로는 자신이 억울한지 모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러한 생각과도 상관없이, 나의 몸은 자신의 진실을 돌아보라고, 여길 보라고 강요한다.



3. 이러한 무의식의 구정물, 저주, 원한,을 완전히 걸러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의 세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온전히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과 몸은 스스로의 길을 찾아간다.



4. 삶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며, 베드로처럼, 믿지 못하는 자에게 삶은 자신의 신비를 보여주지 않는다.

2014. 6. 1.

epiphanies 01


 

 
 
 
 
0. 나 역시, 이 세상에 몸을 갖고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살면서 크고 작은 무수한 깨달음을 얻었다.
 
 
 
1. 내 삶에 내가 따를 수 있는 혹은 따라야 하는 '모델'이란 (있을 수) 없으며, 나의 삶은 이 우주 전체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것이었다. 나는 내가 나의 고유한 삶, 곧 '나'를 발명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2. 무의식은 현실을, 곧 '시간'을 몰랐다. 따라서 그것은 영원히 굶주린 아이처럼 나에게 애정을 요구했다. 나는 때로 그 아이의 말을 다 들어주지 않는다.
 
 
 
3. 나는 현실의 내 고통 앞에 무릎꿇고 앉아 속절없이 그 폭력을 감내한다. 나는 내 고통 앞에서 '쩔쩔맨다.' 나의 고통은 하도 깊어 전기고문 후에 온다는 온 몸의 쇼크처럼, 여리고 발갛게 달아올라 그 속이 보이는 상처로 살아 있다. 이럴 때 나는, 넋이라도 있고 없고, 정신이 혼미하다.
 
 
 
4. 어떤 한 젊은이는, 어린 시절, '그렇게 음흉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리라 마음 먹었다.
 
 
 
5. 소중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소중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다. 삶에는 되돌림이 없다. 오직 눈을 뜨고 앞으로 더 나아가 새로운 삶, 새로운 소중함을 만들어내야 한다.
 
 
 
6. 슬픔은 아름다운 감정이다.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슬픔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7. 젊음은 광기이고 어리석음이며 눈 뜬 장님이다. 이 폭력적인 젊음이란 것은 자신의 속도, 논리, 이성을 모든 것에 무자비하게 요구하며 관철시키려 한다. 자, 이렇게 말해보면, 실로 개념의 유희에 불과한 '젊음'이란 것이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8. 나는 나의 참다운 행복과 너의 참다운 행복이 서로 대립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참으로 잘 되고 따라서 내가 불행해지며, 내가 참으로 잘 되고 따라서 네가 불행해지는 그런 관계는 없다는 것이 나의 오랜 신실한 믿음이다.
 
 
 
9. 고통 받는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은 이런 것들이다. 그래,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너 많이 힘들었구나, 나라도 그랬을 거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잘못했어도 괜찮아, 앞으로만 안 그러면 돼, 네가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거야, 괜찮아. 그렇다면, 때로 누군가에게 왜 이런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10. 고통과 기쁨, 불행과 행복의 조건은 서로 맞닿아 있다. 둘 중의 하나만을 받아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아무 말없이 양자 모두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 역시 그 나름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준다.
 
 
 
11. 나는 육체와 정신이 둘이며 분리되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내 몸으로 실감한 적이 없다. 물론 육체와 정신이 하나는 아니다. 육체와 정신은 둘이 아닐 뿐이다. 그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통적인 상위의 인식, 원리가 있다는 말이다.



12. 때로 새벽에 눈이 떠진다.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혼미하나 마음은 맑다. 이 우연의 결과가 이 짧은 글들이다. 아름답지 않은가?
 
 
 
 
201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