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4.

니체적 잠언 1






 




니체적 잠언
 

요즘 논문 때문에 니체를 다시 읽고 있다. 이번이 삼독째인데 다시 읽어도 그 깊이와 우아함이 씹힌다(니체는 독거미다!). 나는 도서관에서 혼자 일하기 때문에 커피 타임같은 쉬는 시간에 심심했었는데 문득 나도 자투리 시간에 이런 (니체적) 잠언들을 몇개 만들어 보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아래가 지난 3-4일 동안 만든 몇개의 결과물들이다.
  
1. 있다고 생각하면, 보인다.
 
2. 여성은 호감이 가는 남성 앞에서, 혹은 옆에서, 웃는다. 여성에게 호감을 가진 남성은 그녀를 바라본다.
 
3. 사랑의 상실이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그안에 깃들어 있던 신뢰의 상실이다.
 
4. 질투란 지옥이다.
 
5. 지옥이란 육체적 고통이다.
 
6. 한 사람이 드는 예는 보통 그 사람의 무의식적 소망이다.
 
7.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신뢰 없이는 살 수 없다.
 
8. 아름다운 음악은 우리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슬플 때는 슬프게, 즐거울 때는 즐겁게. 그러나 항상 우아하게.
 
9. 세련된 것은 보통 아름답지 않다. 차라리 세련됨은 아름다움의 적이다.
 
10. 테크닉에 함몰되어 예술에 도달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있다.
 
11. 산울림과 마찬가지로 슈퍼스트링은 '하늘에서 떨어진' 음악이다. 이 음악들은 자기가 '사는' 것이 아니라 '들은' 것에서 나왔다. 그러나 실상 이 음악들은 차라리 '그들'에게서 나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12. 한 인간의 '미덕'은 때로 그의 저주다.
 
13. 어떤 한 인간이 평생을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천재?).
 
14. 천재의 징표는 자신의 재능에 깔려죽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재란 '경쾌한 발걸음'이다(모차르트).
 
15. 행복이란 육체의 느낌이다. 그러나 보통 그것은 정신의 상태라 불리곤 한다.
 
16.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발명된 것이다. 저 세상까지도(더하여, 이 세상까지도).
 
17. 많은 경우 거장에 대한 비평가의 적의는 그 비평가 자신이 '실패한 예술가'로 스스로를 생각한다는 점으로 설명 가능하다.
 
18. 기다리는 사람은 초조하다(그녀는 지루하지 않다).
 
19. 비평(비판)에 대한 비평(비판)을 해보지 않은 비평가는 해악적 존재다.
 
20. 고통받는 사람은 지루함을 모른다.
 
21. 때때로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다.
 
22. 한 사회가 '쓸모 없다', '보잘것 없다', '별 볼 일 없다'고 이르는 것에 그 사회의 비밀이 숨어있다.

 
23. 말이 없는 사람은 관심을 끈다. 그러나 전혀 말이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24. 친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자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자기를 열어줄 또 다른 자기, 자기 밖의 자기를(친구에 대한 최대의 찬사).
 
25. '천재적'이란 말보다 '비천재적'인 말은 없다.
 
26.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있는 여성은 깊이 있는 아름다움에 이르지 못한다.
 
27. 외로운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지만, 서로를 지나친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기에는 너무나 외롭다.
 
28. 어떤 모임에서 피곤한 사람은 자리를 일어서야 하지만, 피곤함이 그것을 방해한다.
 
29. 나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성격,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도 그렇게 보여진다(매력의 '객관성'?).
 
30. 좋은 음악에 대한 모든 정의는 주관적이다(심지어 문화적도 아니다).
 
31. '할 일이 없을 때,' 그 시간을 '창조적으로' 보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32. 매력없는 사람이 매력있는 사람을 향한 징검다리가 되는 수가 있다.
 
33. 베이시스트는 왜 그 악기를 선택한 것일까?
 
34.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블루스와 클래식도 좋아한다.
 
35. '우아한 여성'과 '우아하게 보이는 여성'이 있다.
 

36. 어떤 좋은 음악도 없는 것보다 못 하다.
 
38. 이른바 '인간의 본질'이란 항상 그 말을 한 사상가가 속한 문화의 본질일 뿐이다.
 
39. 자유로운 여성이 매력적이다. 단, 그 사회 관습의 한계 내에서만 그러하다. 이 한계를 벗어나면 그녀는 부담스러운, 두려운, 결국 추한 존재로 인지된다(Unheimlich, nico)
 
40. 사람들은 죽기 전에 이미 죽는다. 실제의 죽음이란 자신과 타인을 위한 단순한 확인 절차(현장검증)에 불과하다.
 
41. 이른바 '천벌'이란 우연한 개인적 불행이다.
 
42. 모든 대화는 독백이다.
 
43. 모든 죽음은 자살이다. 심지어 교통사고도 그렇다.
 
44.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그사람을 쳐다보는 사람과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 그러나 이 두사람은 모두 그 사람을 '쳐다본다'(관심으로서의 무관심, 혹은 전략으로서의).
 
45. '이해할 수 없는 여성(남성)'이란 '이해할 수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보여준 행동은 보통 동성의 친구들에게는 쉽게 '이해가능한' 것이다.
 
46. 인생이란 어떤 경우에도 참으로 달콤하고 아름답다(dolce vita).
 
47. 한 인간이 얼마나 천재인가는 그녀가 어렸을 적에 얼마나 외로웠는가에 다름 아니다.
 
48. 동양 철학에는 절대가 절대로 없다!
 
49. 모든 불행한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내일이 오늘과 똑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내일이 오늘보다 더 불행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만이 자살을 생각한다.
 
50. 암전.



 
 
2005. 06. 17. 스트라스부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