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7.

잠언 03





1. 철학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인간 삶의 형식, 완전히 새로운 인간 유형의 발명이다!


2. 무서운가? 더 해봐라, 네 두려움의 정체를 알고,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3. 인식과 철학은 서양인들이 하고, 우리는 도덕적 실천만 하자고? 웃기지 마세요!


4. 天長地久 - 나는 괜히, 시시때때로, 정치적인 저항의 언사를 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그들은 인식의 '깊지 못함'(비난이 아니라, 그냥 사실 판단)으로 말미암아, 오래 못간다(오래 가면 인정해준다).


5. 칼 마르크스에 대한 감사 - 만약 마르크스가 '무지는 논증이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을까!


6. 심리와 논리 - 어떤 논리가 자신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어떤 감정, 가령 죄책감에 들어맞기 때문에 - 때로는 전혀 아무런 비판적 관점도 없이 - 그 논리를 받아들이는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심리이지, 논리가 아니다. 심리적인 문제를 심리의 영역에 남겨두고 그 안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철학의 문제와 섞어버리고 심리적 안정감 혹은 만족감을 논리적 혹은 철학적 해결과 동일시하는 것은, 물론, 오류이다.


7. 당신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당신 자신의 인생을 '망치지' 않는데 누가 당신의 삶을 망칠 수 있는가?  당신이 당신을 '버리지' 않는데, 누가 당신을 '버릴 수' 있는가? 버려지다니, 인간이 버려질 수 있는 물건이란 말인가?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물건이 아니라 스스로를 창조하고 발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 곧 구성물이다.


마르틴 하이데거 혹은 롤랑 바르트의 말대로, 그런 말은 오직 이른바 당신이 '사람들'의 말, 곧 '상투적으로' 생각할 때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그러한 어리석은 말이다.


에픽테토스가 <엥케이리디온>(까치출판사)에서 말한 대로, 당신에게 일어난 일 혹은 당신에게 든 생각 혹은 감정이 당신을 파괴할 수 있는가? 그것은 당신을 자유가 아니라 노예적 상태로 이끌 수밖에 없는 방식의 사유이다. 따라서 가령 성폭행 당한 여성에게 '(여자로서의 혹은 인간으로서의?) 네 인생은 이제 끝났다, 망쳤다, 너 이제 어떻게 하니!'라는 식의 말은 무지이자 폭력이며 한 인간을 비참으로 몰고가는 사유이다. 지금 이른바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는 한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


8. 인간은 때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른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아, 이런 걸 해야 하다니, 너무 힘들다'라고 말한다. 이는 물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소망을 충족시키는 '교묘한' 방법이다.


9. 인간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온갖 종류의 방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행한다.


10.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한 가지 - 인간은 이른바 남들이 볼 때 '나쁜 것',  '불행한 것'만이 아니라, '좋은 것', '행복한 것'에 대해서도 열들감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가령, 당신은 당신이 공부를 잘 한다는 것, 얼굴이 예쁘다는 것, 집에 돈이 많다는 것에 대해 열등감과 불행을 느낄 수 있다.


11. 이른바 '행복한 고민'이란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은 절실하며 간절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너 정도면 행복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부모는 전쟁으로 사망했고 자신은 성폭행당했으며 에이즈로 죽어가는 동시에 굶어죽어가는 10살 짜리 여자아이에 비하면, 이 세상의 모든 고민은 '배불러 터진 행복한 고민'이다. 행복한 고민이란 말은 근본적으로 타자의 시선이며, 폭력이다.


12. 폭력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시선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폭력적이며 자신과 타인을 착취하고 살고 있으며(우리 삶의 조건),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은 순진한 이들 혹은 기만적인 인간이라는 니체의 말은 만고의 명언이다.


13. 정상이란 무엇인가? 한 사회에 존재하는 사람들 중 다수의 인간들이 그러한 상태인가? 내가 손가락이 여섯 개일 때 나는 비정상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그 말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철저히 정상이며, 내가 비정상이라는 말은 오직 타인들의 시선일 뿐이다. 이렇게 정상/비정상의 개념은 다수/소수의 관념에 의해 설정된 폭력적 개념이다.


14.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불행하다면 나는 행복할 수 없다"는 유마힐 혹은 볼테르 류의 말은 그 의도는 매우 가상하나 매우 위험한 말이기도 하다. 잠시라도 생각을 해본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사고 방식을 정직하게 스스로에게 유지하는 한 어떤 인간도 지상에서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따라서 영원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