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7.

혁신학교, 혁신마을로 함께 가는 길

 
아래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는 분의 글인데 인천 지역 교육활동가로 일하고 계시는 분이다.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교육운동과 지역운동을 연계시키고 있는 이 글은 단순한 당위가 아니라 폭넓은 인식으로 바라볼 때만 가능한 현장에서 실천가능한 공유 지점, 공집합의 영역을 창출하려는 담론이다. 일독을 권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황당한 1970년대 식의 국가주의와 도덕주의의 폭력적 담론이 아직도 횡횡하는 곳이지만 이런 분이 있는 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도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바깥으로부터의 한가한 관전평이 아니라, 오늘도 열악한 주어진 여건 안에서 그 여건의 조건을 개선하고 현실에서 가능한 것을 하나하나 한걸음씩 차분하게 개혁해나가는 분들의 의지야말로 의미있고 중요한 것이다.
 
열악한 현실에서도 차분한 한걸음의 개혁을 위해 분투하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글은 그 분의 아래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
 
 
<발제2 중학교분과>
 
 
혁신학교, 혁신마을로 함께 가는 길
-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
 
 
조용만(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1. 인사말
 

이렇게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이라는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인문학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는 조용만입니다.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인천교육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교육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교육혁신의 길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2. 문제제기
 
 
제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선 느낀 심정은 자신이 배운 지식이 자신의 행동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동이라는 말 대신에 실천, 윤리, 책임, 삶이라는 단어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교육을 하는 이유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교실에서 하는 수업은 객관적인 것의 추구를 통한 지식의 습득을 주되게 진행합니다. 지식을 객관화 시킵니다. 저는 이 과정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삶을 살아내기 위한 것이 교육이라면 그 객관화 된 지식은 내가 사용하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 내용에 그 사실을, 그 지식을 ‘너는 어떻게 사용할 거니?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며 그 것을 어떻게 진행할 거니? 그 것을 통해 무엇을 바라니? 무엇을 얻을 거니?’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있는가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 과정에서 묻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런 주관적 태도와 자기 책임이 동반되는 행동에 대한 표현은 철저히 제거 됩니다. 교육과정의 평가 방식도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객관적 지식은 있으되 자기 자신은 수업 시간에 없습니다. 자기가 소외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실천이 괴리된 수업입니다. 지식을 발아래 깔고 자신을 표현하는 교육으로 변해 나가길 바라는 것이 저의 발표 요지입니다. 그런 자기표현 과정에서 자신과 친구가 만나고 관계하는 배움의 새로운 장이 펼쳐진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성 속에서 새로운 배움의 장이 열린다면 우리는 지금의 수업방식에서 나와야 합니다. 교과서 지식 틀에서 나와야 합니다. 교실에서 나와야 합니다. 세상과 직접 대면하고 경험하고 감각하고 그것에 대해 표현해야 합니다. 관계하는 수업을 상상한다면 학교울타리를 넘어 마을과 함께 할 수 있고 지역과 마을은 학교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배움터라는 것을 나이 들어가면서 알게 되지 않나요?
 
 
오늘 제가 발표할 내용은 여러 선생님과 함께 활동 했던 인문학독서모임의 운영경험과 신문사에서 운영했던 기자단 활동을 통해 ‘배움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살펴보는 내용입니다. 그 속에서 교육혁신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겠습니다.
 
 
3. F.B.I.(Freedom. Book. Individual-thinking)와 혁신학교의 가능성
 
 
F.B.I.는 2010년 가좌지역 5개중학교 선생님(석남중학교, 제물포중학교, 동인천여자중학교, 가정여자중학교, 가좌중학교)과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이 중학생들의 독서문화 함양을 위해 함께 활동하기로 뜻을 모으며 시작되었습니다. 3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연10회차 정기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토요일 10시부터 오후1시까지 3시간씩 매달 정해진 도서 한 권을 읽고 정기모임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사전 준비 모임을 한차례 더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열정이 있었습니다. 함께 했던 선생님들이 대단했습니다.
 
 
이 모임에서 주로 살펴볼 점은 그 진행 방식과 그 의미입니다. 철저하게 ‘나를 표현하라’를 관철하려 했습니다. 독서모임을 진행해보면 줄거리를 요약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배운 것이 그런 거죠.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에 대한 고민은 부족합니다. 다른 방향으로 전환을 추구했습니다. 대화 토론 토의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대화식 진행과 토론방식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처음엔 자신의 의견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라! 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책의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는 것이 자신의 선택과 무슨 연관이 있겠습니까? 지식을 내가 살아가는 바탕으로 쓴다는 것은 선택하고 타인에게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서 나타납니다.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상대가 있는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경청의 중요성이 대두됩니다. 상대와 관계하는 대화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지식과 윤리와 실천이 그 시간에 나타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표현하라. 나를 세상에 등장시켜라. 이것이 일관되게 추구되었습니다. 인문학적 색채를 띤 수업의 방향은 주제가 있었습니다. 주어진 도구는 도서, 신문 기사, 지식e채널 영상, 다큐멘터리, 영화, 실생활 사례, 그림, 사진, 음악 등 다양했습니다. 주제 안에서 각 도구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려 애썼습니다. 평가할 대상으로 두지 않고 같이 이야기 할 대상으로 만들려 했습니다. 대화는 생각과 말하기를 동반합니다. 세상에 등장하는 모습은 내가 말하는 순간부터라고 강조했습니다. ‘나와 친구와 관계하라!’부터였습니다. 저는 문제제기에서 말씀드렸듯이 ‘내가 등장하지 않는 지식추구는 책임을 회피하는 길’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실은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요. 선택과 만남의 대화는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이 자세로 인문학적 성찰을 합니다. 주제는 나는? 우리는? 인간은? 이 되었고, 자유, 평등, 정의, 공동체,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기의 자존감 형성을 위한 도전과 역경, 역사 속 인물을 보는 역사 시간도 있었습니다.
 
 
구성주의 입장에서 진행했습니다. 자신의 감각과 실천 경험이 자신의 삶의 고리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학생 각자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행위의 의미가 남다릅니다. 수업시간에 하나의 수업목표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는 장점이지만, 각자가 개개인의 이유로 발언하고 표현되는 기회를 억제하거나 주변부로 내몰 수 있습니다. 교사가 있고 학생이 있는 지도와 대중의 관점에 서면 학생은 가르쳐야 할 존재로 추락합니다. 만들어지는 존재에서 만들어가는 존재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참여 학생이 적을 때나 많을 때나 구성주의 관점을 유지한다 함은 방향은 있으되 각자의 정도와 각자의 의지에 맞게 수업시간에 학생 개개인을 살핀다는 것을 뜻합니다. 같이 있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교사가 한 가지만 말하면 되던 방식과 달리, 참여 인원의 생각과 눈길을 정확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거기에 맞게 일일이 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형식과 틀을 풀어야 합니다. 떠들게 하고 표현하게 하고 충돌하게 합니다. 참여하는 수업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표현방식을 사용합니다. 토의 토론 발표 웅변 글쓰기 노래 춤 연극 영상 미술 등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모임 시간 내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움직이게 하면서 진행합니다. 수업시간을 떠들고 싸우고 웃고 진지하고,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고자 하는 내용은 나의 의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표현함으로 관계 맺게 하고 이론으로 분리시키지 말고 생활로 그냥 쉽게 표현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론과 실천을 분리시킨 근대철학에 기반을 둔 근대교육의 한 모습을 혁파하는 것입니다.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몇 분이 모였습니다. 청소년들의 생각하기 능력에 고민을 하던 분들이 인문학 독서 모임의 필요성을 느끼고 각 학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에, 여러 학교와 여러 선생님이 함께하는 방안을 창조해냈습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든 시도는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새로운 시도였고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류의 지역학교, 마을 학교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 독서 모임으로 진행했던 경험은 여타의 다른 분야도 가능할 것입니다.
 
 
4. F.B.I.와 혁신마을의 가능성
 
 
울타리를 넘어서 새로운 시도가 창조되었습니다. F.B.I.가 출발하고 계획과 진행은 정해진 것이 없었습니다. 월별 읽을 도서와 주제는 정해졌습니다. 그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변수가 많으리라 생각했고 저는 그 항해를 즐길 마음으로 행복했습니다. 첫 해 같이 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은 저였습니다. 학생을 위하는 마음과 적극적으로 나서시는 열정을 보면서 저희는 거침없이 일을 넓혀갔습니다. 5개 중학교 선생님과 그 제자들,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교육청 산하 서구도서관, 지역아동센터, 가좌지역 고등학교까지 서서히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계속 가능성은 만들어졌으며 어떤 일로 번져 나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F.B.I.가 활동하면서 자체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서구도서관 강당에서 오픈 강좌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런 결정은 정기 모임의 준비 모임에서 선생님 간의 티타임 때 웃으면서 주고받았고 그대로 결정되었습니다. 6월에 첫 청소년인문학초청강연이 있었습니다. 지역주민, 지역 내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초대했습니다. 가좌 지역에 인문학 강좌를 그것도 청소년 대상으로 연다는 것이 그렇게 출발되었습니다. 고등부 모임이 없던 시기에 이런 자리에서 가좌고등학교 학생들과 만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학교 밖으로 나와서 어떤 수준에서든지 이렇듯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강연회는 고등학생을 만나는 끈이 되었고 서구도서관이 청소년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그렇듯 저희도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강화도에 1박 2일로 캠프를 갔습니다. 독서 활동, 인문학 강연, 다양한 발표, 놀이 등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활동을 보면서 2년차에는 서구도서관에서 청소년독서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3년차에는 가좌중학교에서 인문학동아리를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하였습니다. 4년차에는 석남중학교에 독서토론반이 만들어졌습니다. 진행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좌지역에서 독서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고 여러 학교와 단체들이 함께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3~5년 과정 속에서 일을 함께 한 선생님들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었습니다. 그 시발점은 F.B.I.였습니다. 이렇게 월 1회 정기모임, 상하반기 연2회 초청강연, 여름 겨울 캠프가 진행되었습니다. 때로는 우리끼리, 때로는 오픈 강좌로 신뢰의 끈을 만들어 갔습니다.
 
 
F.B.I. 4년차에 이제는 청소년인문학초청강연은 F.B.I. 서구도서관 청소년독서회, 가좌중학교 인문학동아리, 지역아동센터, 가좌고등학교, 서구지역 고등학교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13년 6월 10일 7회차 초청강연은 허경교수의 철학 강의였습니다. 그날 서구도서관 50석 평생학습실은 120개의 의자를 들여 놓았고 20여명이 들어오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작은 움직임을 꾸준히 함께 해온 결과를 보았습니다. 틀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게 지역의 또 다른 학교 아닐까요?
 
 
4년의 과정은 구성원-학교, 시민단체, 도서관, 지원아동센터-들이 서로 일을 함께 하고 만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초청강연회가 성황리에 끝나고 6월 20일경 새로운 제안을 합니다. 독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청소년인문학토론대회를 열자는 제안을 서구도서관에 했습니다. 2년 동안 주저하던 도서관이 그동안의 모습에 신뢰를 보내며 같이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F.B.I.를 같이 하던 선생님과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에 전했고, F.B.I.의 확대 정도로 생각하고 늘 하던 대로 하지 뭐. 하는 심정으로 일을 저질렀습니다. 7월부터 초청강사 섭외, 지도교사 섭외, 일정 협의, 지도교사 협의, 장소섭외, 예산 확보 등 8월 10일까지 2달 동안 번개 치듯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중학생 80명, 고등학생 80명, 현직 교사 12명, 학교 밖 교사 5명, 스텝 및 자원봉사자 10명, 영상팀 5명이 참여하는 ‘2013 청소년인문학토론대회’가 비경쟁방식으로 오전 오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감격이었습니다. 가좌지역의 독서모임 활성화 과정도, 연대의 틀이 신뢰를 바탕으로 커가는 모습도 감격스러웠습니다. 학생도 선생님들도 이날의 감동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서 학생들은 지역 내 초록장터 행사에 자원봉사도 하고 부스도 만들어 책을 읽어주는 행사도 했습니다. 이 모임이 초록장터에도 등장하여 마을과 연결될 가능성도 타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독서모임의 활성화와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지역연대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스스로 자기의 일에 참가하면서 연대하면서 서서히 태어나며 평등한 관계에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혁신학교를 말하듯이 혁신마을도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조직을 만들고 위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을 함께 하는 과정을 늘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은 부산하고 힘들지라도 촘촘히 어떤 자리에서도 가능성이 연결되는 혁신마을을 상상할 수 있다. 이런 것을 학교와 관계되는 마을 단위에서 함께 구상해 보면 어떨까요? 어느 지역을 보아도 가까이에 중학교 4개 고등학교 3개 정도는 있습니다. 축제 때 한 가지 정도 같이 하면 어떨까요?, 체육대회 때 농구 시합 같이 해보면 어떨까요? 길거리 농구대회 하듯이 말입니다. 체육선생님들이 나서시면 되지 않을까요?, 문화제나 지역 장터에서 장기자랑 대회에 참가하면 어떨까요?, 시사 정책 토론대회를 마을 내 공개된 공원에서 하면 어떨까요?, 만민공동회처럼 아무거나 주장하는 대회 그런 자리는요, 요리대회....... 헉 그런 걸 어떻게, 작게 할 수 있는 것을 그냥 쉽게 시작하면 어떨까요? 함께 합시다. ‘마을이 학교다.’ 라는 말은 이렇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는 교육의 최전선에 계시는 선생님들께 말합니다. 다른 삶을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후에라야 그 세상과 같이 할 일이 떠오릅니다. 가능하다면 면 대 면으로 갑시다. 같이 하고 싶으신 일, 그런 거 없으신지요? 학교 밖에서는 울타리 열고 함께 하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인문학독서모임을 통해서 수업시간에 진행하는 예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등장시키는 교육, 나의 삶을 구성하는 과정이 있는 교육, 참여와 표현이 살아 있게 하는 교육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학교 밖으로 연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그 결과가 다시 연대의 폭을 넓혀나가는 사례를 말씀 드렸습니다. 혁신학교에서 추구해야 할 내용과 혁신지구에서 논의해야 할 시사점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5. 청소년기자단은 배움이 분열되지 않은 활동입니다.
 
 
청소년기자단은 인천in 인터넷신문사에서 2011년 하반기에 출범했습니다. 고등학생으로 구성되었고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여러 이야기를 보고 소개하고자 만들었습니다. 신문사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인천in과 시민기자로 인연을 맺던 중에 청소년기자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청소년교육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저는 청소년기자단 지도교사를 맡게 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기자단 활동을 한다는 것이 매력 있는 일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중학생 독서모임 이후에 고등부 독서모임 추진을 시도했으나 역시 대입준비라는 고등학생의 위치에서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세상이 배움터라는 생각에 고등학생들이 세상을 직접 대면한다면 그 활동에서 배울 것이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기자단을 맡았습니다. 1기가 실패로 없어지던 중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신문사와 저는 청소년기자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습니다. 추구했던 점이 달랐던 것이죠. 그 인터넷 공간과 활동은 서로 필요했습니다. 신문사는 기자이길 원했습니다. 그만큼의 다양한 기사거리 발굴을 원했고 기사의 질도 일정정도 수준을 원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죠. 저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기자단활동을 보았습니다. 사진만 찍어서 올려도 예쁘고 기사를 석 줄만 써도 반가웠습니다. 맞춤법이 틀려도 기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기특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 걷고 스스로 깨우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활동입니다. 청소년기자단의 활동은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암기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만나고 내가 표현한다. 이런 것입니다. 철저하게 행동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어떤 것을 기사화 할 지 스스로 관심을 가지게 되니 생각하기부터 해야 합니다. 그 중 자신이 선택해야하니 생각만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지를 끌어내야 합니다. 결정한 기사거리는 누구와 만날지 무슨 내용을 인터뷰 할지 준비해야 합니다. 계획의 계획이고 사람 선정에 대한 섭외를 동반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적극적인 자신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고 귀를 집중해서 열고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파고들고 이런 것을 실천으로 경험합니다. 어떤 친구는 3명이 한조가 되어 오피니언 리더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40분 동안의 인터뷰 집중도에 지쳐서 인터뷰가 끝나고 얼굴빛이 백지장이 되어 복도 벽에 기대어 쉬었습니다. 기자단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나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배움이 이론과 실천으로 분리되지 않는 활동입니다.
 
 
나를 표현하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신이 경험한 세상을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하여 드러내는 활동을 합니다. 기사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사진과 동영상과 기사글로 말입니다. 어떤 경우도 그 청소년기자가 겪은 스스로의 경우이며 그만의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 스스로 자기만의 최상의 수준으로 표현합니다. 3줄이든 600자이든 1500자이든 말입니다. 삶을 경험하고 그 경험으로 구성해 가는 삶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왜 각 학생들이 최상의 과정을 늘 겪고 있다고 생각했냐면 저는 적정기술을 생각합니다. 기준과 목표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올라서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패배자를 볼 것입니다. 실패에 좌절하는 청소년을 볼 것입니다. 자신의 경우와 자신의 현재적 목표와 지금의 모습을 긍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정성평가라는 평가방식과 맥락이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사람에 맞게 활동한다면 기죽지 않고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1년의 과정 속에서 꾸준히 기사를 작성하는 학생이 결국은 처음과 다른 기사작성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런 것을 믿어야 하겠지요.
 
 
기자활동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글쓰기를 동반합니다. 인터넷신문이라는 장점은 기사에 동영상도 넣을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에 사진촬영, 기사작성법을 배우고 실습을 바로 합니다. 동영상 촬영 기법도 스마트 폰으로 촬영해 보고 유투브로 올려서 링크를 걸었습니다. 제가 적정기술이라는 말을 하면서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 배경지식을 알아야, 발표 능력이 되어야, 글쓰기 실력이 되어야, 컴퓨터 응용기술이 되어야, 미디어 기기 활용 능력이 되어야 - 그러기 위해서 좀 더 배우고 수준이 되었을 때 세상에 표현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누구도 쉽게 출발하지 못할 것입니다. 소통의 기회를 막는 것보다 과정을 허하고 경험하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은 파워포인트 활용, UCC제작 등을 통해서 그리고 스마트폰 활용 능력을 통해서 미디어 기기 일반에 대한 능력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교육활동에 사용하도록 열어주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청소년기자단 활동은 자신이 선택하고 계획하여 추진하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생각으로 본 세상을 세상에 드러내는 그런 경험을 합니다. 삶 속에서 이론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 공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6. 청소년기자단은 세상을 만나는 통로였습니다.
 
 
세상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다채롭습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릅니다. 세상이 배움터라고 생각한다면 어떻습니까? 직접 경험하게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청소년기자단활동이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마을을 소재로 계획한 달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일궈나가는 모습을 인터뷰했습니다. 가좌동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심곡동 주민공동체 다살림 레츠, 예술가가 운영하는 배다리 스페이스 빔, 예술가와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우각로 마을, 청소년들의 놀이마당 청천극장,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의 환경 관련 행사 등등을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청소년기자들은 공동체의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명 또는 네 명의 청소년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다고 협조 요청을 하면 요청 받으신 분들은 따듯하게 맞아 주셨습니다. 청소년기자단이 방문한다면 거의 모든 분들이 그런 열린 마음으로 응해 주셨습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안아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을 축제에도 다녀왔습니다. 십정동 마을축제, 가좌동 초록장터와 문화축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과 그런 행사를 준비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취재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청소년기자들은 문화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공연을 보고 인터뷰도 하는 것입니다. 학산소극장과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연극을 보고 연출자와 인터뷰하고 배우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천 시립극단 연극공연을 보고 연극배우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천 시립교향악단 음악공연을 관람하고 단무장과 인터뷰하고, 인천 시립무용단과 인터뷰, 연수국제무용제를 관람하고 총감독 및 외국 무용가와 인터뷰도 했습니다. 세상이 다양한 만큼 인터뷰로 세상과 만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을 보면 하고 싶은 말도 생깁니다. 동화마을에 가서는 화장발인가? 라는 의문을 표하고, 세월호 참사 때는 같은 또래 친구들에게 심정을 묻는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수요집회에도 참석했습니다.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서 직접적인 대면을 하니 사람이 보입니다. 만나면 대화하게 되어 있습니다. 관계하게 됩니다. 그런 것이 배움의 과정에 있습니다.
 
 
세상이 배움터입니다. 학교에서 역사수업을 하고 역사체험을 간다면 어떨까요? 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잠시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수학여행기간이나 체험학습시간으로 대규모의 학생들이 옵니다. 줄줄이 서서 오고 줄줄이 지나갑니다. 밥 먹고 그냥 갑니다. 안타까운 시간으로 보였습니다.
 

청소년기자단이 5월에 버스를 타고 전라도 광주에 간 적이 있습니다. 30명과 지도교사 2명이 역사기자체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갔습니다. 오전에 도착한 곳은 상무대였습니다. 그곳에서 영창체험을 했습니다. 영창체험 조교로 나서신 분들은 그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분들입니다. 영창체험이 끝나고 네 명의 당시 시민군이었던 분들과 청소년기자단은 조별로 나뉘어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뜨거워집니다. 두 세대를 넘어선 만남을 보았습니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오후에는 금남로로 갔습니다. 광주주간 총괄운영팀과 인터뷰하는 조, 나머지 3개조는 금남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둘러보고 그 곳에 오신 시민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라는 미션을 주었습니다. 현재의 기억은 어떤가? 를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진행되는 몇 가지 전시를 보니 저녁이 되었습니다. 망월동 국립묘역으로 이동하여 단체로 분향하고 묘지에 새겨진 비문을 설명으로 들어보면서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몸으로 경험하고 질문하고 메모하고 비교하고 의미를 새겨보는 이 날의 경험은 역사공부의 의미를 깊이 새겼습니다. 이런 경험은 고스란히 기사로 표현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청소년기자들이 하는 몸으로 하는 봉사시간도 그렇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에서 음식 장만하고 설거지하면서 6시간동안 봉사하고 인터뷰 했던 세 명의 학생이 경험한 봉사시간은 봉사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선학동 임대아파트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을 한 친구들도 6시간 동안의 봉사활동 후 그렇게 쾌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자신의 경험과 뿌듯함을 기사로 작성하였습니다.
 

이런 배움은 자신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가 꿈틀거립니다. 체험학습에 대해 말합니다. 지식의 습득을 위한 체험학습으로 배치할 것인가?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으로 배워서 자신을 구성하는 과정으로 기획할 것인가? 는 전혀 다른 관점입니다. 배움의 장을 분리시키지 않으려면 공부의 과정에 몸으로 배우는 체험학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7. 청소년기자단은 꿈을 인터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기자단 활동은 직접적으로 사람을 만납니다. 학생들에게 지도할 때 반드시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고 인터뷰를 꼭 진행하여 그 내용을 기사글에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주로 인터뷰가 활동에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제가 이렇게 한 이유는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인터넷 자료를 비교 검토하여 글쓰는 연습을 학생들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것이 아닌 글을 씁니다. 그러니 이런 학생들은 글짓기를 스스럼없이 합니다. 인터뷰를 하고 쓰라면 어려워합니다. 뭘 인터뷰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떠올리는 것도 힘들어 합니다. 인터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 모르는 사람과 얼굴 마주하며 묻도 듣고 메모하고 웃으면서 한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보통 용기이겠습니까? 경험이 없는 청소년기 학생들에게요. 그러니 이 과정을 극복하고 글을 몇 번 써본 학생들은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를 배우는 과정을 겪은 것입니다. 인터뷰 기술을 익힌다는 것은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입니다.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청소년기자들은 자신이 만나고 싶은 직업, 만나고 싶은 사람을 인터뷰하길 원합니다. 그래서 인천에 사는 소설가, 극단 연출가, 화가, 무용가, 정신과 의사, 시민단체 활동가, 선생님, 동네 자영업 사장님, 교장선생님, IT업계 사장 등을 만났습니다. 김진초 소설가와 두 명의 여학생기자가 일요일 점심시간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좋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면서 작가님은 학생들에게 작가의 세계,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자신의 계획과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들려 주셨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이 시간은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자주 있어야 합니다. 삶이 환희로 꿈틀거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직업체험 시간이 어떤가요? 유익하게만 진행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경우를 보면서 바로 이런 교육이 직업체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체험이 지나가는 체험시간이 아니라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의 삶을 두 시간 동안 눈을 보면서 통째로 만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직업체험은 꿈을 이야기 하는 시간입니다. 삶을 만나는 기쁜 시간입니다. 어떤 경우든 저는 청소년기자단의 활동을 통해서 배움이 몸의 움직임을 동반한 주체적 참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배움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가는 교육의 모습을 보았으며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직접 대면하는 배움의 현장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학생기자단, 미디어 동아리, 방송반, 학교신문동아리, 교지편집부 등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활동하게 하기 위해서 운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이렇게 주안영상미디어센터나 인천in 인터넷신문사와 같이 미디어 활동을 위해 지원해 주는 곳이 있으니 좋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단의 활동을 보면서 조금 확대해서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적정수준의 역량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창출과 혁신마을, 혁신지구 등 새로운 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8. 되돌아보며
 
 
지난 경험은 저에게 소중했습니다. 저는 가좌지역에서 있었던 이 경험이 혁신학교가 나아갈 길에 작은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완성된 결과를 생각합니다. 목표치입니다. 구비되어야 할 조건을 따져 봅니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목표치와 조건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 행위 이상 하는 역할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조건에서 내가 할 일을 합시다. 다른 방법으로 하는 거지요. 지금 세태는 자식 교육을 학원에 위탁하는 교육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혹시 그런 일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지 않는가요? 무언가 할 일이 있으면 그것을 할 조직을 따로 만들고 위탁하고 나는 빠지고 결과적으로 그 일을 할 당사자들은 주체로 나서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게 됩니다. 거대 조직의 운영 원리대로 역할을 세분화하고 분담된 일만 하는 그런 방식은 중앙집중식의 위계 속에서 일하게 합니다. 당연히 수동적이 됩니다. 역할은 있되 일은 총체적으로 함께 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자신을 일 속에서 부품화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한 네트워크 방식으로 총체성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혁신학교가 학교의 울타리를 넘을 때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평등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등한 의사결정 과정과 민주적 의사수렴 행위가 있지 않다면 울타리는 넘어서지지 않고 역할 분담만 있을 것입니다.
 
 
9. 맺음말
 
 
나를 표현하는 시간으로 수업을 디자인합시다. 혁신학교에서 미디어의 의미는 이런 것이면 좋겠습니다. 의사소통의 과정, 인간을 확장하는 일체의 행위를 미디어라 합니다. 저는 이런 의미에서 그런 과정을 일으켰던 사람들의 모임인 청소년인문학독서모임과 청소년기자단이 미디어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미디어 기기에 대한 사용은 전문적이지 않았으며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자 스스로의 준비정도와 사용정도에 맞게 배움의 장에서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나를 표현하는 자유가 주어지는 순간이었으며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적정기술이 있듯 적정교육 개념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만이 학생들 각자가 아름다울 것입니다.
 
 
분리된 공간과 시간을 공동체로 연결시키자. 학교라는 세상 밖에 또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경험의 세계를 접하게 하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험은 개별적으로 진행됩니다. 구체적으로 하게 됩니다. 다양하게 합니다. 공동체 속에는 삶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볼 것이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고 표현하는 과정은 교실 안에서 하기보다 교실 밖 세상을 대면할 때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그런 배움을 할 공간은 세상이며 특히 학교 주변 공동체입니다.
 

어디든 배움이 연결되는 혁신마을을 상상합시다. 학교는 이래야 해. 혁신학교는 이래야 해. 마을과 연계하는 사업은 이래야 해. 이런 모델화 규격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고갈하게 합니다. 각 학교에 맞게, 각 지역에 맞게, 각 연계 사업 실정에 맞게 다양하게 현실 그 자체에 맞게 만나고 연대해 나갑시다. 학교의 중요성이 공동체 속에서 다르게 해석되길 요구하는 시기입니다. 그 중심에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건투를 빕니다. 교육혁신을 이루어 나갑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