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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4.

igno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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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1960년대에 공산주의 국가에서 온 망명객들은 프랑스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그 당시 프랑스인들은 파시즘을 단 하나의 진정한 악으로 간주했다.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의 스페인, 라틴아메리카의 독재. 그들은 점차적으로, 즉 1960년대 말이나 1970년대가 되어서야 공산주의를 한 단계 밑의 악, 제2의 악으로나마 간주하기 시작했다. 이레나와 그의 남편이 프랑스로 망명한 것은 바로 이 시기, 즉 1969년이었다. 제1의 악과 비교해 볼 때 자신들의 나라에 닥친 불행은 그들의 친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줄 만큼 처참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재빨리 알아차렸다."(16)


프랑스에 가서 살아보면 이 프랑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끔찍한 과거를 가졌는가, 그리고 그것을 의식으로는 비판한다 하면서도 얼마나 그에 대한 끔찍할 만큼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절감을 하게 된다. 내가 유학하던 21세기 초반이나, 오늘이나,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한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어이 없는 '표상의 정치학'에 고개를 흔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대책없고 무지막지한 프랑스인들의 '무지'(ignorance)는 도대체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리고 이 무지막지하고 폭력적인 프랑스인들의 무지, 제국주의적으로 재구성된 한국에 대한 그들의 지식 혹은 무지는 아예 무지한 이른바 '민중' 계급보다, 이른바 <르 몽드>나 좀 보는 인텔리겐차 계급에서 그 정점에 달한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신이 읽는 정보가 처음부터 차별적 편견과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으로 무장한 특파원과 데스크의 관점에 의해 선택되고 구성된 것임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이 무지임에 대한, 아니 오히려 무지보다 못한 최악의 지식임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이다. 자기 지식의 확실성에 대한 추호의 의심도 없다. 스스로의 무지를 모르는 무지만큼 끔찍한 것도 드물다. 그런 면에서, 그 자신도 오로지 서구중심주의자라는 면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지만, 프랑스의 제국주의와 자기중심주의에 대한 쿤데라의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 프랑스인들이 지금도 종종 되뇌는 '프랑스적 예외'(exception francaise)라는 황당한 자기중심적 언사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프랑스는 유럽의 일본이다. 역사적으로 명백히 가해자에 더 가까우나, 스스로를 오로지 희생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일본의 원자탄이 프랑스의 히틀러인 것이다. 프랑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이른바 좌파적 환상은 어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