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4.

저 등대로부터, 내가, 네게 보내는 편지




안녕,
동생이 네 편지를 가지고 왔어,
동생의 옷, 그의 눈에 보이지 않게 쓰여 있는 걸 말야.
너 얼마나 행복해, 미겔, 우리 둘 다 말야!
곪고 아픈 데 투성이인 이 세상에서
턱없이 행복한 건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
나는 까마귀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어. 그 까마귀가 내게 해를 입힐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넌 전갈을 보며, 기타를 닦지.
시를 쓰며, 우리는 맹수들 속에 살고 있어,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람을, 우리가 믿었던 어떤 사람의 내용물을 건드리면,
썩은 파이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려,
넌 베네수엘라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건 무엇이나
긁어모아 지니라고, 나는 내 두 손으로
타오르는 삶의 석탄을 감쌀 테니.
참 행복하지 않아, 미겔!
내가 어디 있는지 궁금한가? 말해주지 -
정부에 유익한 건 자세하게 -
거친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해변에서는
바다와 들이 합치고,
파도와 소나무 숲이 어울리며
바다제비들과 독수리들, 초원과 거품이 어울리지.
넌 바닷새들 가까이서,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보며
하루를 내내 보낸 적이 있어? 새들은
세계의 편지를 자기들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옮기고 있는 것 같아.
펠리커은 바람에 불려 가는 배들 같고,
다른 새들은 화살처럼 지나가지,
한 줄의 터키옥과 함께 안데스 산맥 연안에 묻힌
죽은 왕들과 부왕들한테서 무슨 전갈을 가지고 오듯이,
그리고 그다지도 장려하게 흰 갈매기들은
그게 무슨 전갈인지 자꾸 잊어버리고 있지.
삶은 얼마나 푸르른지, 미겔, 우리가 사랑하며
그 속에서 싸울 때, 말은 빵과 포도주이고.
그 말은 그들은 지금까지도 끌어내리지 못하는데, 왜냐면
우리가 총과 노래를 가지고 거리로 걸어 나갔기 때문이야.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미겔,
그들이 뭘 할 수 있겠어 우리를 죽이는 것밖에는, 한데 그것조차
좋은 흥정이 못 될테니 - 그들은 그저
길 건너에 방을 하나 얻어 드는 수밖에 없을 거야, 그래서
우리를 미행하며 우리처럼 웃고 우는 걸 배울 수 있을 거야.
내가 연애시를 쓰고 있을 때 말야, 그 작품들은 내 몸
사방에서 돋아난 것이고, 그 무렵 나는 의기소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떠돌이 생활에 자포자기해서, 알파벳을 갉아먹고 있었는데 말이지,
그때 그들은 나한테 말했어: "당신 참 굉장하군요, 테오크리토스!"
난 테오크리토스가 아니야. 나는 생을 얻었고,
그녀와 대면해, 그녀에게 키스했고,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보려고
광산의 갱 속으로 다녔지.
그리고 내가 나왔을 때, 내 손은 쓰레기와 슬픔으로 얼룩져 있었고,
나는 손을 들어 그걸 장군들에게 보여주며 말했지:
"나는 이 죄악의 일부가 아니오!"
그들은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고, 인사도 하지 않았고,
나를 테오크리토스라고 부르는 것도 그만 두었고, 결국 나를 모욕하기에 이르렀으며
전 경찰력으로 나를 체포하도록 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주로 형이상학적 주제에 매달리는 걸 계속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러나 나는 기쁨을 내 곁으로 가져왔어.
그때부터 나는 바닷새들이 먼 데서 가져오는
편지를 읽으려 일어나기 시작했지,
축축하게 젖어서 오는 편지들,
내가 한 구절 한 구절, 천천히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번역하는 메시지들: 나는 꼼꼼해
낯선 의무를 다하고 있는 엔지니어처럼 말이야
불현듯 나는 창가로 가지, 그건 순수한 빛의
네모이고, 풀과 울퉁불퉁한 바위들의
맑은 지평선이 있고, 나는 일하고 있어 여기
내가 사랑하는 것들 속에서: 파도, 바위, 말벌,
해양적 행복감에 도취해.

그러나 아무도 우리가 행복한 걸 좋아하지 않지, 그래서 그들은
당신을
안락한 역할 속으로 던져 넣지: "인제, 허풍 떨지 마, 걱정할 거 없다고."
하면서 그들은 나를 귀뚜라미장에 가두고 싶어 했어, 눈물이 있을 거기에 말야.
그러면 나는 익사할 거고, 그들은 내 무덤으로 만가(晩歌)를 보낼 수 있었을 거야.
나는 질산염층이 있는
모래땅에서의 어느 날을 기억해. 오백명이
파업을 하고 있었지. 타는 듯한 오후였어
타라파카에서 말야. 얼굴들이 온통
사막의 모래와 비정한 태양을 흡수한 뒤,
나는 봤어, 내가 싫어하는 잔처럼,
내 묵은 우울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걸. 이 위기에
소금층이 있는 황량한 곳에서, 싸움의 그
힘없는 순간에, 우리가 패배했을 수도 있는 그때에,
광산에서 나온 작고 파리한 아가씨가
유리와 강철이 들어있는 용감한 목소리로 당신의 시를 읊는거야,
내 나라의, 아메리카의 모든 노동자의
주름진 눈 주위에 떠도는 너의 친근한 시 말이지.
그리고 당신의 그 짧은 시 한 편이 문득
자줏빛 꽃처럼 내 입 속에서 타올랐어,
그러고는 내 피 속으로 흘러들었어, 너의 시에서
태어난 넘치는 기쁨으로 그걸 다시 한 번 채우며.
나는 널 생각했어, 또 너의 쓰디쓴 베네수엘라도.
몇 해 전에 나는 어떤 장군의 명령으로 채워진 쇠사슬 때문에
발목에 자국이 나있는 학생 하나를 봤는데,
그는 나한테 쇠사슬에 묶여 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리에 대해 말했고
사람들이 영원히 사라져가 버리는 감옥들에 대해 말하더군. 왜냐하면 그게 우리 아메리카의 현실이었으니까.
탐욕스런 강들과 나비들의 성좌가 있는 기다란 땅(어떤 곳에서는 에메랄드가 사과만큼 무겁지).
그러나 길고 긴 밤과 강들과 함께
거기엔 언제나 피흘리는 발목이 있지, 어떤 때는 유전 근처에,
어떤 때는 피사과에 있는 질산염 근체에 말야, 거긴 썩은 지도자가
우리나라 최상의 인간들을 생매장하고,
그들의 뼈를 팔아먹는 곳.
그게 네가 노래를 쓰는 이유지, 그래도 어느 날 욕되고 상처입은 아메리카가
그 나비들을 파닥이게 하고 무서움에 떨지 않고 그 에메랄드를 캐도록 하고,
사형집행인들과 사업가들의 손을 응고시키도록 말이야.
당신이 오리노코 강에서 얼마나 기쁨에 겨워 노래할 지 나는 짐작해 보았어,
필경 집에서 마실 포도주를 사겠지,
싸움과 의기충천하는 일에서 당신의 역할을 하겠지,
넓은 어깨를 가지고, 우리 시대의 시인처럼 말야 -
가벼운 옷을 입고 편한 신발을 신고,
그 후 줄 곧 나는 네게 편지를 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도착했을 때, 네 얘기를 끊임 없이 했는데,
동생 옷 사방에서 온통 네 얘기가 풀려나오더라고
- 그얘기들은 우리집 밤나무 아래서도 흘려나왔지 -
나는 혼잣말을 했어: "지금이구나!" 그러고서도 나는 네게 보내는 편지를 시작도 못했어.
그런데 오늘은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날이었어: 한 마리가 아니라,
수천 마리 바닷새가 내 차을 지나갔고,
나는 아무도 읽지 않는 편지들을 집어 올렸지, 새들이
세계의 모든 바닷가로 가지고 가는 편지들 - 그 새들이 그것들을 잃어버릴 때까지 가지고 가는 그 편지들 말야.
그리고 그 편지 하나하나에서 나는 네 말을 읽었는데,
그건 내가 쓰는 말, 내가 꿈꾸는 말, 그리고 시에다 쓰는 말과 닮아 있었어,
그래서 나는 이 편지를 네게 보내기로 했는데, 이만 줄이겠어
창으로 우리의 것인 세계를 볼 수 있게 말게 말야.


* 테오크리토스. 기원전 3세기 초의 그리스 전원시인.
** 파블로 네루다, '카라카스에 있는 미게 오테로 실바에게 보내는 편지', <<모두를 위한 노래>>(1948), <<네루다 시선>>(민음사), 혹은 당신에게 보내는 나의 편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