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살림지식총서 118)> - 김헌
"내 손으로 직접 네오블레를 쓰다듬을 수 있다면."
- 아르킬로코스, 조각글, 118
"이제 진정 이를 알라. 네오블레는
다른 놈이 가져가라지.
에라, 익을 대로 익어
처녀의 꽃봉오리는 벌써 시들었다.
예전에 있던 우아함마저.
물릴 줄 모르는
[...] 미친 년, [...] 끝을 보여주는군.
지옥에나 떨어져라.
[...] 그럴 순 없지
내 어찌 그런 여자를 취해서
이웃의 웃음거리가 되겠는가?
- 아르킬로코스, 조각글, 196
* [...]: 파피루스가 손상되어 읽을 수가 없는 부분.
- 61~62
이 반전, 혹은 이 흔한 러브스토리 ...
***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살림지식총서 118)> - 김헌
헤시오도스는 시인의 힘, 뮤즈의 탄생을 뮤즈의 가르침에 따라 노래한다.
[...]
인간들과 신들의 왕 제우스와 기억을 관장하고 보증하는 기억의 신 므네모쉬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딸들이 바로 뮤즈다. 태초로부터 처음 혼돈의 신 카오스가 있었고, 그로부터 나온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고, 그와 동침하여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을 낳는다.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하늘의 덮개 코이오스, 높은 곳을 달리는 휘페리온과 크리오스, 이아페토스 그리고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여섯 아들이며, 테이아, 동물의 안주인 레아, 기억의 여인 므네모쉬네, 포이베, 테튀스 그리고 이치의 신 테미가 있다. 이 가운데 시간 크로노스는 모든 동물을 다스리는 레아를 아내로 맞아 하데스, 포세이돈, 헤스티아스, 데메테르, 헤라를 낳고 마지막으로 제우스를 낳는다. 막내 제우스가 고모뻘 되는 므네모쉬네와 결합하여 아홉의 뮤즈 여신들을 낳은 것이다.
헤시오도스가 소개하고 있는 아홉 뮤즈들에게 후대의 고대 로마인들은 전통에 따라 음악과 시가, 학문의 여러 장르들을 맡겨준다. '소문과 명성'의 클레이오에게 역사를, '아름다운 기쁨' 에우테르페에게 아울로스(피리) 연주와 그 합창 서정시를, 지팡이와 웃는 가면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한 '축제'의 탈레이아에게 목가(牧歌)와 희극을, 슬픈 가면과 운명의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한 '노래와 춤'의 멜포메네에게는 비극을 맡겨두었고, '춤과 노래의 즐거움' 테릅시코레에게 뤼라와 그 반주에 노래되는 서정 합창시를, '사랑'의 에라토에게는 서정시의 일부를, 입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명상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수많은 찬양의 노래' 폴리휨니아에게는 신의 찬가를, 나팔과 물시계를 들고 있는 모습의 '하늘의 여신' 우라니에에게는 음악적인 질서로 운동하는 하늘을 탐구하는 천문학을 부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목소리' 칼리오페에게는 장대한 서사시와 달콤한 연설의 기교를 맡긴다. 헤시오도스는 아홉 뮤즈들 가운데 나중에 최고의 전설적 가인(歌人) 오르페우스를 낳게 되는 칼리오페를 가장 뛰어난 뮤즈로 지목한다. 서사시는 물론, 음악과 시가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 문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설의 기술, 설득의 기교로서의 수사학이 뮤즈 칼리오페의 선물로 소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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