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8.

나 자신, 나의 연애, 나의 고뇌



 

<제인 에어> - 샬럿 브론테 / 유종호
       
이 말을 듣고 그녀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정원을 같이 산보하자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간 우리는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가 이 년 전에 런던에 가서 지낸 멋진 겨울 얘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거기서 그녀가 불질러 놓았던 남성들의 찬미, 그녀가 한 몸에 받았던 주목 등. 나는 그녀가 어떤 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 사실까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오후가 지나고 밤이 되면서부터 그 짐작은 점점 확정적인 것으로 되어갔다. 가지가지 달콤했던 대화가 내 귀에 전해지고 센티멘털한 장면들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한 마디로 말해 그날 하루는 그녀가 나를 위해 그 자리에서 써주는 상류 사회를 그린 한 편의 장편소설이었다. 이 야기는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화제는 늘 마찬가지 - 자기 자신, 자기의 연애, 자기의 고뇌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녀가 자기 어머니의 병환이나 오빠의 죽음, 또는 집안의 장래를 생각할 때 암담하기만 한 현재 상태 따위에 대해 한미디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온통 흘러간 나날의 열락에만 취해 있고 장래의 쾌락을 열망하는 데에만 사로잡혀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의 병실에 하루 오 분씩밖엔 더 있지를 않았다.(435)



이 글을 읽으며, 바로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적어도 잠시나마 '바로 내가 이런 인간은 아닌가' 하고 혼자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은 극히 드물다. 인간은 이렇게 해서 '길들여지는데' - 물론 이는 사회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인 이상 어느 정도는 필연적인 것이지만 - 때로, 그러니까 항상, 이러한 자기 검열은 과도한 양상을 띠거나 혹은 턱없이 부족하다. 스스로의 건강하고 균형잡힌 의식에 의한 조절, 적도, 중용이란 이 경우 매우 드물다, 곧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자동적으로' 곧 '무의식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이렇게 말한다. 내가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고 생각을 하여 오늘의 내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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