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한글역주> - 김용옥
서양언어, 특히 서양종교에 세뇌된 언어의 용례 때문에 이러한 유교적 본래용법의 함의가 심하게 왜곡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구원하는 자와 구원받는 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어떻게 신부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죄사함을 얻는단 말인가? 비밀만 지켜진다면 기분이 좀 경감되는 느낌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인간에게서 죄인과 죄사함의 주체가 분리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오로지 자기 스스로 구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용』의 ‘자성 自成’(스스로 이루어 나갈 수밖에 없고) ‘자도 自道’(스스로 길지워 나갈 수밖에 없다)의 투철한 논리이다. 『중용』은 이러한 논리를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다. 군자의 길과 소인의 길은 나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기를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자에게는 오직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25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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