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9.

만남 - 구광본

 
 
 
 
 








구광본, 강, 1987





 



만남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내가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였죠





그대는 물방울을, 땀을 뚝뚝 흘리며 방파제 위에 올라섰습니다 내가 하염없이 걷고 있던 여름 한낮 그대는 바다에서 물질해 온 해산물 한아름 안고 땡볕 아래 물방울 뚝뚝 떨어뜨리며 나타났던 것이죠

그대 보는 순간,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쁘게 땀흘려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땀을 흘려 젖은 솜바지꼴이 되기가 일쑤였으나 기쁘게 땀흘려 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그대, 물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그대 온몸의 땀방울에 목을 축이고 싶었읍니다 흠뻑 젖고 싶었습니다

 
놀라왔습니다









 
 

잎 피는 길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였습니까
ㅡ 만해

 

그대가 오는 길 내가 가는 길
비가 오고 또 우리 앞에 놓인
천둥과 먹구름의 시절
가시에 찔려 내 몸은 빛납니다
강둑 따라 손 잡은 이파리들
쓰러지지 않는 저 나무 짚고 오세요


그대 찢어진 이마에 피는 꽃잎,
그대가 내어놓은 불빛입니다
가지 않은 길은 이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물소리 깊어지고 험해질수록
뜨거운 그대 입김에 젖는 나는
온몸으로 툭툭 잎 피어요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
가을빛에 떠밀려 헤메기만 했네

 
한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
지는 해에도 쓸쓸해지기만 하고
앝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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