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30.

정치적인 퀴어, 연대의 가능성



"올 초까지만 해도 '당연하다' 내지 '필연적이다'와 같은 단어들을 남발하곤 했었다. 하지만 철학을 접한 이후(비록 전공기초 하나 수강했을 뿐이지만) 절대, 필연, 당연, 보편 같은 단어를 쉽사리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은 절대적으로 옳은 답이 존재하고 있음을 함축하고 있는 폭력적인 단어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연대가 당연하다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연대를 선호하고, 연대함의 의미를 '강요'하지는 않더라도 '설득'하고픈 정도의 욕심은 있다.(이러게 내 안의 파쇼를 조금씩 죽여나가고 있다.)


내게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과정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그래서 더더욱 퀴어문화축제가 그들만의, 혹은 우리만의 폐쇄적인 문화로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체화의 과정이 충분히 정치적이었으면 하고 퀴어 퍼레이드는 더욱 정치적인 무브먼트로 해석되길 바란다. 청계천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걷는 것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퀴어함이 더욱 더 뻗어나가를 기대한다. 그들만의 소수자성이 아닌 우리 모두의 소수자성이길, 이를 위해 퀴어들이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소수자성을 들춰내고 이를 사회 전반 퍼뜨려주길. 그리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손잡아주자. 내년 퍼레이드에서 함께, 너와 나의 소수자성을 흩뿌릴 수 있길 바라며."


- 황달(황지윤), <4인 4색. Queer Parade - 정치적인 퀴어, 연대의 가능성>, <연세>, 2012년 가을, 93호,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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