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7.

dead bees on a cake - album




david sylvian, dead bees on a cake, 1999




* "저녁 무렵 바닷가에 서서 '은빛 달'을 부르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
- 데이빗 실비앙의 솔로 앨범들"


'Brilliant Trees' (84)
'Alchemy' (85)
'Gone to Earth' (86)
'Secrets of the Beehive' (87)
'Dead Bees On a Cake' (99)

겨울이다. 이번에는 겨울 저녁의 고즈녁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앨범을 소개해 볼까 한다. 누구나 하루 중 그런 때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저녁때의, 정확하게는 해가 막 지려하고 그렇다고 아직 밤은 되지 않은 그런 시간, 특히 집안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다가 어느새 밖이 어두워져 가고 나는 아직 방안의 불을 켜지 않은 그런 시간, 혹은 밖에 나가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르게 된 동네 어귀의 아무도 없는 시냇가의 늦은 저녁과 같은 그런 시간이 참으로 묘한 매력적인 시간으로 느껴진다. 그 시간은 뉴튼의 법칙이 지배하는 객관적 시간이 아닌 그야말로 온전한 '나만의 시간'(my own private time)이며, 나에게는 여기 소개하는 데이빗 실비언의 표현처럼 사람을 '홀리는 순간'(haunting moment)처럼 느껴진다. 그를 알게 된 고등학교 시절 이후 그런 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어들게 되던 음반이 바로 여기 소개하는 영국 그룹 저팬(Japan)의 이전 리더 데이빗 실비언의 솔로 앨범들이다.


저팬은 1975년 겨울 결성되어 1984년 해산하기까지 모두 7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저팬의 기본 라인 업은 실비언(gt·vo) 이외에도 그의 친동생인 드럼의 스티브 잰슨(Steve Jansen), 베이스의 믹 칸(Mick Karn), 기타의 롭 딘(Rob Dean), 키보드의 리차드 바비어리(Richard Barbieri)의 5인이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아직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그들의 정규 앨범 디스코그라피를 적어 보면(시대 역순),
  1. Tin Drum - Label: Blue Plate. Released: 81
  2. Gentlemen Take Polaroids - Label: Blue Plate. Released: 80
  3. Quiet Life - Label: Caroline. Released: 80
  4. Adolescent Sex - Label: Caroline. Released: 78
  5. Obscure Alternatives - Label: Caroline. Released: 78
  • Assemblage [compilation] - Label: Musicrama. Released: 12.23.97
  • Oil On Canvas [2-LP Live] - Label: Blue Plate. Released: 11.30.93



이 앨범들은 모두 고등학생 시절 귀가 닳도록 들은 나만의 '컬트적 애청 음반들'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실비언이 양복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우산을 들고 빗속에 서있는 - 마치 '동양화'의 '비광'(!) 같은 - 커버의 [Gentlemen Take Polaroids](80) 앨범에 실려 있는 'Swing', 'My New Career', 'Methods Of Dance', 'Ain't That Peculiar', 'Nightporter', 또 모택동 사진이 뒤 벽에 붙어 있는 '불온한' 커버의 [Tin Drum](81)의 수록곡 'The Art Of Parties', 'Still Life In Mobile Homes', 'Ghosts'는 내가 수학여행 때 녹음해 경주 여관방에서 하루 종일 틀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친구들의 반응은 아주 좋아서 나는 이 판을 여러 명에게 녹음해 줄 정도로 이 앨범은 '우리 반'에서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다.


여하튼 저팬은 자신들이 '좋아하거나 영향받은 아티스트'로 퍼시 존스, 제프 벡, 브라이언 에노, 로버트 프립을 꼽고 있는 것처럼(일본 음악 잡지 [Music Life]의 , 昭和 54年(1980년) 3月 臨時增刊호, 27-62쪽), 기본적으로 60-70년대의 아방가르드 + 프로그레시브 실험 음악과 글램 록 등으로부터 강력히 영향받았다.


그러나 저팬과 데이빗 실비언은 그(들)의 독특한 음악성과 실험적 작업의 성과에 비해 우리 나라에 상당히 알려지지 않았고 또 알려졌다 하더라도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이는 아마도 근본적으로는 우리 나라 음악 듣기의 완고한 '정통주의' 혹은 '순수주의'라는 일정한 보수적 취향에서 파생된 '들을 귀'의 부재, 혹은 보다 근본적으로는 '들을 마음', '듣고 싶게 만드는 인식과 관심'의 부재라는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하튼 이번 호 나의 <마이 붐> 코너는 저팬 해산 후 리더 데이빗 실비언이 내놓은 다섯 장의 솔로 앨범들이다.


그의 앨범들을 찬찬히 들어보면 무엇보다 먼저 실험적 사운드의 질감이 두드러지지만, 정작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그려내 보이는 세계관(Weltanschauung), 혹은 보다 정확하게는 '분위기'(Stimmung)이다. '무엇'이 아니라, '무엇인 것 같은' 그 분위기 말이다.


그의 솔로 앨범들은 우리 나라에서도 주로 99%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로 컬트적인 매니어 군을 형성해 왔는데, 그러나 그의 앨범들을 들어보면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그의 해사한 외모에 기인하는 것만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는 실력있는 뮤지션이다. 이는 참으로 매력적인 그의 첫 솔로 앨범 [Brilliant Trees](84)에서부터 이미 잘 나타난다.


나는 대학생이던 84년 당시 이 판을 들어보고 저팬과는 다른 보다 서정적이고 보다 매혹적인 이국적 사운드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국에서 17위까지 오른 싱글 'Red Guitar'와 존 하셀이 참여한 타이틀곡을 포함해 모든 곡이 골고루 뛰어난 매력적 앨범이다.


85년의 2집 [Alchemy]는 무용 음악이다. 'Words With Sharman'과 'Steel Cathedrals'이 하이라이트이다. 86년 3집 더블 앨범 [Gone to Earth]에서는 놀랍게도 그가 어릴 적부터 존경해 왔던 킹 크림즌의 로버트 프립이 전곡에서 기타를 연주해 주고 있다. 싱글 커트된 'Taking The Veil'로 시작되어 너무도 아름다운 Silver Moon'으로 끝나는 앨범의 실험적 하이라이트는 다른 악기 없이 프립의 기타와 실비언의 목소리로만 구성된 타이틀곡이다. 이 또한 명작이다!


그러나 그의 솔로 시절 최고 명반은 아무래도 87년에 발매된 [Secrets of the Beehive]를 꼽아야 한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현악 편곡 등 음악 감독 격으로 참여한 본 작은 나직한 'September'의 피아노와 보컬로 시작되어, 'When Poets Dreamed Of Angels'로 이어져,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Let The Happiness In',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앨범의 백미 'Waterfront'로 끝난다(앨범 버전에는 마지막 10번째 트랙으로 'Forbidden Colours'가 실려 있다). 이 앨범은 음악과 가사, 분위기 모두에서, 그의 솔로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그의 '유미(唯美)주의적 정적(靜寂)주의'(aesthetical quietism)가 꽃 핀 걸작이다.


한편 실비언은 89년 84-87년의 솔로 앨범 4장을 모은 박스 세트 [Weather Box](Virgin)를 발매했다. 결혼하기 전 나는 나의 아내에게 이 박스 세트를 선물해주어 엄청난 점수를 딴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이 희귀 박스 세트를 못 구해 당시 나의 후배이자, 내 아내와 써클 동기였던 현 [뮤지컬 박스]의 편집장 전정기씨로부터 다른 판을 주고 바꿨다. 여하튼 지금도 실비언은 팻 메스니와 더불어 나의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이다.


여하튼 실로 실비언은 저팬 시절 말기부터 (반드시 서구적인 것만은 아닌) 어떤 '영적인 것' 혹은 '성스러운 것'(das Heilige)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저팬 시절의 4집 이후, 자신의 솔로 작업에 이르기까지 아프로 혹은 아시안 리듬,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 등과의 공동 작업을 통한 일본·중국의 리듬과 멜로디를 방법론으로 도입해 왔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발표한 99년의 신보 [Dead Bees on a Cake]를 통해 그의 정신 세계는 아프리카와 일본·중국을 지나 이제는 인도로 다가서는 느낌이다 - 한 마디로 앨범의 주제는 '데이빗 실비언이 인도로 간 까닭은?'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이전의 어느 솔로 앨범에서보다도 음악과 가사 양면 모두에서 더욱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를 위해 그는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의 'You Know You Know', 존 리 후커의 'I'm Wandering', 존 케이지의 'Sonata V', 지반 가스파리안의 'Mother Of Mine' 등 여러 (전위) 음악가의 곡을 샘플로 사용하고 있다).


우선 피터 게이브리얼의 리얼 월드 등 여섯 곳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앨범의 사운드는 만족스럽다. 물론 이 앨범에도 현악 편곡 등 거의 '음악 감독' 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영향력은 지대한 것이지만, 실로 이 앨범은 그가 발표한 기존의 어느 앨범보다도 강한 '영적 지향성'을 드러낸다.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간 정신의 어두운 구석을 고독하게 탐구하고 있으며 그만큼 앨범의 사운드는 어느 때보다 명상적이고 무겁다.


이런 점에서 앨범 사운드의 핵은 '무겁게 아래로 내리 깔리면서 다른 악기들을 받쳐주는' 드럼과 '이를 중화시켜 주면서 때론 가볍게 혹은 때론 무겁게 다른 소리들과 어울리는' 현악 편곡이다.


솔로 시기는 물론 이미 저팬 시절부터 그의 앨범들은 한결 같이 '이국적'(exotic)이다 - 실로 실비언은 한 번도 '여기 이곳'을 노래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여기가 아닌 '그 곳', 보다 정확하게는 그의 '내면적 정신 세계의 상상적 이미지들'을 좇아 왔다. 그런 만큼 그는 이미지주의자(Imagist), 낭만주의자(Romantist)인 동시에 오리엔탈리스트(Orientalist)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이 아티스트의 '매력'이다.


한 마디로 말해 그가 노래하는 인도는 '그가 바라본' 인도이다. 물론 우리는 이제 이 앨범을 '오리엔탈리즘의 최근 대표작' 정도로 처리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을 아주 배제해 버리는 것만큼이나, 그에 반하는 반(反)-제국주의의 획일적 관점만으로 한 아티스트의 앨범을 평가 절하해 버리는 것은 참으로 매력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사변적인 '비평가적 잡설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앨범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여전히 '괜찮다'. 나는 이번 새 앨범에서 더욱 깊어진 실비언의 신비주의적 정신 세계를 보았다. 나는 신비주의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나를 홀리는 매혹적인 구석을 가지고 있다. 나는 혼자 바라기를, 당신도 그를 좋아했으면 ... 당신도 그의 음악에 홀려 버렸으면 ... 하고 생각해 본다.


설령 당신이 아직 그를 모른다 해도, 만약 당신이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고독할 줄 알고, 그것을 사랑하는' 한 아티스트를 만나고 싶다면, 그의 앨범들은 당신의 고독을 '덜 고독하게' 혹은 '더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만큼 한번쯤 더욱더 자신의 내면적 정신 세계 안으로 침잠해 가는 이 낭만주의자가 펼쳐 보이는 상상의 풍경 속을 거닐어 보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다.




2003년, 9월.














1. i surrender





i opened up the pathway of the heart
the flowers died embittered from the start
that night i crossed the bridge of sighs and i surrendered
 
나는 마음의 이르는 길을 열었어
꽃들은 처음부터 적의를 품고 죽어버렸어
그날 밤 나는 한숨의 다리를 건넜어, 나를 받아들였어
 

 

i looked back and glimpsed the outline of a boy
his life of sorrows now collapsing into joy
and tonight the stars are all aligned and i surrender
my mother cries beneath a southern sky and i surrender
 
 
난 한 소년의 삶을 되돌아봐, 얼핏 봐
소년의 슬픔으로 가득 찼던 삶은 이제 기쁨으로 무너져 버렸어
그리고 오늘밤 별들이 줄지어 서있고 난 받아들여
나의 어머니는 남쪽 하늘 아래 울고 있고, 난 받아들여
 
 
recording angels and the poets of the night
bring back the trophies of the battles that we fight
searchlights fill the open skies and i surrender
 
 
기록하는 천사들과 밤의 시인들이
우리가 싸운 전투의 트로피를 다시 가져와
서치라이트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난 받아들여
 
 
outrageous cries of love have called you back
derailed the trains of thought, demolished wayward tracks
you tell me i've no need to wonder why i just surrender
 
분노에 찬 사랑의 외침이 너를 다시 불렀어
탈선해버린 생각의 기차들, 파괴되어버린 밟기 힘든 선로들
넌 내게 말하지
내가 왜 받아들이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고
 
 
i stand too close to see the sleight of hand
how she found this child inside the frightened man
tonight i'm learning how to fly and i surrender
 
 
나는 그 눈속임을 보기엔 너무 가까이 서있어
그녀는 어떻게 이 두려움으로 가득찬
남자의 마음 속에 있는 어린 아이를 찾아낸 것일까 
난 오늘밤 날기를 배우고 있어, 난 받아들여
 

i've travelled all this way for your embrace
enraptured by the recognition on your face
hold me now while my old life dies tonight and i surrender
my mother cries beneath the open skies and i surrender
 
 
네 얼굴에서 피어나는 환희에 사로잡힌 네 품에 안기기 위해
난 이 모든 길을 여행했어
이제 나를 안아줘, 지금 내 옛 삶이 죽어가고 있어, 난 받아들여
나의 어머니는 남쪽 하늘 아래 울고 있어, 난 받아들여
 
 
an ancient evening just before the fall
the light in your eyes, the meaning of it all
birds fly and fill the summer skies and i surrender
 
 
가을 바로 직전 고대의 저녁
내 눈 안의 빛, 그 모든 것의 의미
새들이 날아 여름 하늘을 가득 채워, 난 받아들여
 
 
 
she throws the burning books into the sea
"come find the meaning of the word inside of me"
it's alright the stars are all aligned and i surrender
my mother cries beneath the moonlit skies and i surrender
 
 
 
그녀는 불타는 책을 바다로 던져 넣어
"내 안에 있는 말들의 의미를 와서 발견해봐"
다 괜찮아, 별들이 모두 줄지어섰고, 난 받아들여
나의 어머니는달빛 하늘 아래 울고, 난 받아들여
 
 
my body turns to ashes in her hands
the disappearing world of footprints in the sand
tell me now that this love will never die and i'll surrender
my mother cries beneath the open skies and i surrender



내 몸은 그녀의 손 안에서 재로 변해
모래 위 발자국의 사라지는 세계
내게 말해줘 이 사랑은 결코 죽지 않을 거라고, 난 받아들여
나의 어머니는 열린 하늘 아래 울고, 난 받아들여


 
 
 
* i surrender - single video



2. dobro # 1






3. midnight sun









4. thalheim







5. godman








6. alphabet angel







7. krishna blue
 
 







8. the shining of things






9. cafe europa




10. pollen path







11. all of my mother's names






12. wanderlust


13. praise



14. praise - ds live

 
 
 
 
 
 
 
15. darkest dreaming
어두운 꿈





stay tonight
we'll watch the full moon rising
hold on tight
the sky is breaking


오늘 밤은 가지마
우린 보름달이 뜨는 걸 볼거야
날 꼭 안아줘
하늘이 밝아오고 있어

i don't ever want to be alone
with all my darkest dreaming
hold me close
the sky is breaking


난 내 어두운 꿈들을 안고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날 꼭 안아줘
하늘이 밝아오고 있어


i don't ever want to be alone
with all my darkest dreaming
hold me close
the sky is breaking

난 내 어두운 꿈들을 안고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날 꼭 안아줘
하늘이 밝아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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