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6.

제인 에어 2





 
 
 
 
Charlotte Brontë (1816 –1855)
 









 




"그러나 젊은처럼 외고집을 부리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무경험처럼 맹목적인 게 또 어디 있을까?"(13)



"저를 좋은 부동산 투기나 물색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로 아시나요?"(49)



"나는 이 조그마한 한 사람의 영국 아가씨를 영양(羚羊)처럼 부드러운 눈을 가지고 있고 극락의 천녀(天女)처럼 아름다운 터키 황제의 후궁들 전부하고도 바꾸지 않겠어.! / 터키 후궁의 비유가 또 내 비위를 건드렸다. 전 터키 후궁의 대역 같은 건 절대로 안 하겠어요. 그러니 결코 그런 것과 똑같이는 보지 마세요."(64)



"그런데  날이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일기 시작했어요. 어제는 오늘처럼 그렇게 사납고 거친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음울하고 신음하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었어요. 저는 당신께서 집에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이 방에 들어와서 비어 있는 의자와 불기 없는 난로를 보자 소름이 끼쳤어요. 그 뒤 얼마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질 않았어요. 무언지 모르게 꺼림칙한 내심의 설렘이 저를 괴롭히는 거예요. 바람은 점차로 거세지고 제 귀에는 서글픈 낮은 목소리를 감싸고 있는 것같이 들렸어요. 그러나 그게 집 안에서인지 밖에서인지는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바람이 문득문득 숨을 죽일 적마다 그 소리는 분명하지 않게 구슬피 들려오는 거예요. 그러나 나중에 전 그게 어디 먼 곳에서 개가 짖고 있는 소리라고 판단했어요. 그러니까 그 소리가 멎자 저는 마음이 한결 놓였어요. 잠이 들고서도 꿈속에서 바람 부는 캄캄한 밤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를 가르고 있는 어떤 장애물이 있다는 이상하고도 서운한 느낌을 경험했어요. 첫잠이 들면서 줄곧 저는 꿈속에서 꼬불꼬불한 낯선 길을 걷고 있었어요. 주위는 온통 깜깜하고 비가 저를 후려치고 있었어요. 저는 조그만 어린애를 하나 안고 있었는데,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약하디 약한 어린애였어요. 그 어린애는 싸늘한 제 팔에 안겨 떨면서 제 귀에다 대고 가련한 목소리로 울어대는 것이었어요. 저는 당신께서 저보다 훨씬 앞서서 가신 걸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신을 쫓아가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썼어요. 그리고 당신을 부르고 가디려달라고 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온몸은 꼼짝도 할 수가 없고 목소리도 말이 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그러는 동안에 당신은 자꾸만 멀리멀리 가버리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86-87)




"나는 하느님이 내려주시고 인간에 의해 인정된 법을 지키리라. 지금과 같이 미치지 않고 바른 정신일 때 내가 받아들이는 원칙대로 살아나가리라. 법이나 원칙은 유혹이 없을 때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지금과 같이 육체와 정신이 그 준엄성에 반기를 들었을 때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법과 원칙은 엄정한 것이며 침범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개인의 편의를 위해 침범되어도 좋은 것이라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그것들은 가치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그렇게 믿어왔다. 그런데 내가 이제 그것을 믿을 수 없다면, 그건 내 정신이 이상해진 탓이다. 아주 미쳐서, 혈관은 불 같이 달아오르고 심장은 박동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빨리 뛰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전부터 품어온 의견,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결심뿐이다. 나는 거기에 꿋꿋이 발을 디뎌야 하는 것이다."(160)





"이렇게 말하면 좀 지나칠지 모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영국의 농민은 유럽의 어떤 나라의 농민보다도 가장 교육을 많이 받고 가장 예의 바르고 가장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프랑스나 독일의 농촌 부녀자들을 보아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도 내가 가르친 모턴의 소녀들과 비교하면 무지하고 조야하고 어리석어 보였다."(301)




"그녀가 자라남에 따라, 건전한 영국 교육은 그녀의 프랑스적 결점을 많이 교정해 주었다."(423)




***





1권을 읽고 거의 1년이 다 되어 2권을 읽었다. 다시 읽으니, 그녀와 이 소설의 무수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반유대주의자에, 대영 제국주의자, 오리엔탈리스트인 것이 보인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처럼, 카뮈의 모든 소설처럼.


그리고 제인 에어(사실은 샤를로트 브론테) 성격의 결점이 보인다. 물론 치명적인 결점은 그녀가 아직도 자신의 전통 도덕, 영국 성공회 목사의 딸인 그녀는 그리스도교의 도덕을 진심으로 신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영국 최초의 낭만주의 연애소설'을 쓴 사람이지만, 사실은 최후의 중세인이다. 그녀는, 니체의 말대로, '낙타'인 것이다. 나는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조금도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소설적으로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특히 그녀의 - 아마도 여성만이 쓸 수 있을(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상하게 여성 화자(話者)가 사랑을 말하는 것이 좋았다) -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슬픔에 대한 간절한 묘사'는 너무도 섬세하다. 아름답다. 그녀가 서른 아홉에 결혼하여 다음 해에 임신한 상태에서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이 슬픈 느낌으로 남는다.


그리고 특기할 것은 1846년에 쓰여 1847년에 발표된 이 소설의 국역본에 근대 혹은 현대라는 번역어가 대략 4-5회(1권 175, 2권 45, 229, 264) 나오는데, 원래 용어가 무엇이었는지 원문을 대조해 확인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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