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에 희망하는 것은 한때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2천여 년 전의 과거 한때 말입니다.
-「그리스 비극에 관한 두 개의 공개강연. 첫 번째 강연. 그리스 음악 드라마」,『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30쪽.
3. [...] 그리스 문화의 비극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살 수 있었는가는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의 두 유형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사유하는 사상가인 전자에게 숭고한 것은 위대한 정의 속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그에게서 인간과 신은 가장 밀접한 주관적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신적인 것, 정의로운 것, 윤리적인 것과 행복한 것이 통일적으로 엉켜 있다고 생각한다. [...] 아이스킬로스가 올림푸스적 사법의 고상함에서 숭고한 것을 발견하는데 반해, 소포클레스는 그것을 - 놀랍게도 - 올림푸스적 사법이 가지는 신성불가침성의 고상함에서 본다. 그는 모든 점에서 민중의 관점을 재건한다. [...]
소프로쉬네 Sophrosyne 즉 절제 [...]
영웅적 인간은 어떠한 덕성도 가지고 있지 않은 가장 고귀한 인간이다. 그의 운명은 무한한 간격을 보여준다. 죄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의 가치와 인식의 한계에 대한 인식의 결핍이 있을 뿐이다.
-「디오니소스적 세계관」,『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75-77쪽.
아폴론적 문화의 형상 의식은 - 이 문화가 신전이나 입상으로 또는 호메로스적 서사시에서 표현되든 간에 - 척도에 대한 윤리적 요청이라는 고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 요청은 아름다움에 대한 심미적 요청과 병행한다. 척도, 한계가 인식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곳에서만 척도를 요청할 수 있다. 그 한계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폴론의 근원적인 경고는 ‘너 자신을 알라’는 것이다.
-「비극적 사유의 탄생」,『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105쪽.
그리스 비극의 합창, 즉 디오니소스처럼 흥분한 전체 대중을 상징하는 이 합창은 우리가 제시한 이런 견해를 통해 완벽히 설명될 수 있다. [...] 이제 우리가 깨닫게 된 것은 행위를 포함한 모든 장면은 원래 본질상 하나의 환영으로 간주되며, 유일한 ‘현실’은 이 환영에 관해 말해주는 합창단이었다는 것이다. 합창단은 환영 속에서 자신들의 주인이며 장인인 디오니소스를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영원히 봉사하는 합창단이다. 합창단은 이 신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어떤 영광을 누리는지 본다. 그래서 그 스스로는 행동하지 않는다. 신에게 봉사하는 위치에 있는 합창단이 바로 자연의 가장 숭고한 표현, 즉 자연의 디오니소스적 표현인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그리스 비극」,『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125쪽.
<바쿠스의 시녀들>
그[에우리피데스]를 통해 말하는 신은 디오니소스가 아니며, 아폴론도 아니다. 그것은 새로 탄생한 마신, 소크라테스라 불리는 마신이었다. 이것은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소크라테스적인 것의 새로운 대립을 의미한다. 그리스 비극의 예술작품은 이 대립으로 멸망했다.
- 138-139쪽.
이상과 같이 연극을 아폴론적 요소 위에만 세우려 했던 에우리피데스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아폴론적 경향은 자연주의적이고 비예술적인 경향으로 변질되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했다면, 이제 미학적 소크라테스주의에 한 걸음 더 접근해도 좋을 것이다. 그 최고의 법칙은 대략 다음과 같다. 즉 ‘아름답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명제 ‘아는 자만이 유덕하다’와 유사하다.
- 141쪽.
근대인들은 [...] 소크라테스가 아리스토파네스에게서 최초의, 최상의 ‘소피스트’로, 모든 소피스트적 노력의 거울이며 진수로 등장한다는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145쪽.
실제로 플라톤은 후세를 위해 새로운 예술 형식의 전범을 제공했는데, 그것이 소설이다. 소설은 끝없이 고양된 이솝 우화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속에서 변증법적 철학에 대한 시의 지위는 수백 년 동안 신학에 대해 이 철학이 가졌던 위계 관계와 비슷하다. 즉 그것은 시녀의 지위였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마신 같은 소크라테스의 압력에 못 이겨 시에게 강요했던 새로운 지위였다. / 여기서 철학적 사상은 예술을 감시하고 변증법의 줄기에 밀착할 것을 강요한다. 아폴론적 경향은 형식적 도식주의로 변질되었다. 우리는 에우리피데스에게서 이와 유사한 상황을 관찰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자연주의적 격정으로 변했음을 인지할 수 있다.
- 151쪽.
이제 합창단과 비극의 음악적, 디오니소스적 토대 전체는 이 새로운 소크라테스적-낙천주의적 무대 세계에서 어떻게 보여질까? 그것은 우연적인 것으로, 비극의 기원에 대한 없어도 좋을 추억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합창단을 비극과 비극적인 것 자체의 원인으로 생각할 때에만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소포클레스에게서 합창단을 둘러싼 당혹감이 역력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는 이미 그에게서 비극의 디오니소스적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중요한 징표이다. 그는 과감하게도 합창단을 등장인물로, 배우로 새롭게 이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합창단은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아와 무대로 올라간 듯이 보였다. 비록 아리스토텔레스가 합창단에 대한 이런 견해에 찬성했을지라도, 이로써 합창단의 본질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소포클레스는 매번 자신의 연극을 상연하면서, 또 전승에 따르면 어떤 책에서도, 합창단의 위치를 이같이 변화시킬 것을 추천했다고 하는데, 이는 합창단의 파멸에 이르는 첫걸음을 뗀 셈이 된다. 그 뒤를 이어 에우리피데스, 아가톤과 신희극에서 합창단의 파멸은 급속도로 진행된다. 낙천주의적 변증론은 삼단논법의 채찍을 휘둘러 음악을 비극에서 추방한다. 즉 그것은 비극의 본질을 디오니소스적 상태의 유일한 표현이며 형상화요 음악의 가시적 상징화요, 디오니소스적 도취의 꿈같은 세계로 해석할 수 있는 비극의 본질을 파괴한 것이다.
- 152-153쪽.
옥중에서 친구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종종 그[소크라테스]는 같은 꿈을 꾸었는데, 이 꿈은 항상 “소크라테스, 음악을 해라!”라는 같은 말만 했다는 것이다.
- 154쪽.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고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 154쪽.
거의 모든 시대와 모든 문화의 단계는 깊은 불만감에서 한번쯤은 그리스인들에게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쳐본 경험이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인들 앞에서 서면 자신이 이룬 모든 것, 외면상 완전히 독창적으로 보이는 것, 진정으로 감탄할 만한 것들이 갑자기 색채와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실패한 모사품으로, 희화로 오그라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기 나라의 것이 아닌 것은 모두 ‘야만적’이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저 오만한 소민족에 대해 항상 새롭게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
- 155쪽.
형식과 야만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 서서히 자라나는 여기 이곳에서 처음으로 단 하나의 정당한 교양의 고향, 고대 그리스를 향해 날아가려는 날개짓이 시작됩니다.
-「우리 교육기관의 미래에 대하여」,『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217쪽.
고대 그리스 교육을 책임진 선생이 그리스인과 로마인을 다른 야만족과 혼동해서는 안 되며,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단순히 다른 여러 언어들 외에 하나의 언어를 의미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고대에 대한 그의 경향을 볼 때, 이 언어의 골격이 다른 언어들의 것과 일치하는가 또는 유사한가의 문제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가 중시하는 점은 일치점이 아닙니다. 바로 공통되지 않은 것이, 저 민족들이 야만족이 아니며 그런 점에서 다른 모든 민족을 능가한다는 것이 그의 관심을 끄는 문제입니다. 그가 교양 선생이고 고대의 고귀한 전범들에 비추어 스스로를 교양 있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말입니다.
- 237쪽.
문화의 본질에는 노예 제도가 속해 있다. [...]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인간들의 고통은 소수의 올림푸스적 인간들이 예술 세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욱 커져야 한다.
-「씌어지지 않은 다섯 권의 책에 대한 다섯 개의 머리말. 3. 그리스 국가. 머리말」,『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313쪽.
“패자는 부인, 자식, 재산과 핏줄을 포함해 승자에게 속한다. 폭력은 최초의 권리를 제공한다. 그 토대에 있어 월권, 찬탈, 폭력이 아닌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 316쪽
국가라는 잔인한 도구
국가의 경악스러운 기원
- 316쪽.
전쟁과 전쟁의 획일화 가능성 그리고 군사계급을 이제까지 서술된 국가의 본질과 관련하여 고찰하는 사람은 ‘국가의 모사 또는 국가의 원형이 전쟁을 통해 그리고 군사계급 속에서 제시되고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 321쪽
군사적 수호신의 생산
국가의 근원적 건립자
- 322쪽
이러한 고찰에 따르면 플라톤의 완전국가는 그의 신봉자들 중에서도 더 열렬한 집단이 믿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것임에 분명하다.
-323쪽.
시원에 이르는 길은 어디에서나 야만으로 통한다.
-「그리스 비극 시대의 철학」,『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357쪽.
그리스인들은 또한 문화인으로서 그리고 문화의 목표를 가지고 철학했다. [...] 다시 말해 그들은 전형적인 철학자적 지성을 만들어냈으며, 이후의 모든 세대는 그들이 발견한 것 외에 어떤 본질적인 것도 더 발견하지 못했다.
- 357-358쪽.
현대의 모든 철학적 사유는 정치적이고 경찰적이다. 그래서 그것은 정부, 교회, 학회, 관습과 유행, 그리고 인간의 비겁함을 통해 현학적 외관으로 축소되어 있다.
- 364쪽.
파르메니데스
‘A는 A다’라는 동어반복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한다!”
A≠A
존재에 관한 동어반복적 진리
- 401-402쪽
헤라클레이토스
“우리는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와 비존재는 동일한 것이며 동시에 동일하지 않다.”
- 402쪽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은 영원한 현재 속에 있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그것은 있었다’ 또는 “그것은 있을 것이다”라고 서술될 수 없다. 존재자는 생성된 것일 수 없다. [...] 이제 그[파르메니데스]의 명법은 이렇게 말한다. “저 우둔한 눈을 따르지 말라, 메아리처럼 울리기만 하는 저 귀 또는 혀를 믿지 말라, 오직 사유의 힘만으로 확인해 보아라!” 이로써 그는 인식기관에 대해서 중요한 비판을 수행했다. [...] 그는 추상적 개념들을 사유할 수 있는 능력, 즉 이성과 감각을 마치 두 개의 분리된 능력인 것처럼 예리하게 떼어놓음으로써 지성 자체를 파괴했으며, 완전히 그릇된 ‘정신’과 ‘육체’의 분리를 조장했다. 그런데 이 분리는 특히 플라톤 이래 마치 하나의 저주처럼 철학을 억누르고 있다.
- 403-404쪽
모든 개념은 동일하지 않은 것을 동일하게 만듦으로써 생성된다.
-「비도덕적 의미에서의 진리와 거짓에 관하여」,『니체전집 3. 유고(1870년-1873년)』,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1, 448쪽.
인간은 기만당하고자 하는 어쩔 수 없는 경향이 있다.
- 458-4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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