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전집 1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 책세상, 2000.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1.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나이 서른이 되던 해에 고향과 고향의 호수를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면서 십 년을 보냈지만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그의 마음에 변화가 왔다.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동이 트자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 - 12
2. 홀로 남게 되자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늙은 성자는 그의 숲에서 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말인가!” - 16
3. 차라투스트라는 이들 군중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위버멘쉬 Übermensch 를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너희들은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 나의 형제들이여, 맹세코 이 대지에 충실하라.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설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그들 스스로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간에 독을 타 사람들에게 화를 입히는 자들이다. / 그들은 생명을 경멸하는 자들이요, 소멸하고 있는 자들이며 독에 중독된 자들로서 이 대지는 이런 자들에 지쳐 있다. 그러니 하늘나라로 떠나도록 그들을 내버려두어라! / 지난날에는 신에 대한 불경이 가장 큰 불경이었다. 그러나 신은 죽었고 그와 더불어 신에게 불경을 저지른 자들도 죽었다. 이 대지에 불경을 저지르고 저 알 길 없는 것의 뱃속을 이 대지의 뜻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 이제는 그것이 가장 두려워 할 일이다! / 지난날에는 영혼이 신체를 경멸하여 깔보았다. 그때만 해도 그런 경멸이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영혼은 신체가 메말라 있기를, 추하며 허기져 있기를 바랐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신체와 이 대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오, 그러나 메말라 있고, 추하고 허기져 있는 것은 바로 영혼 그 자체였다. 잔혹함, 바로 그것이 이러한 영혼이 누린 쾌락이었으니! / 그러나 나의 형제들이여, 내게 말하라. 너희들의 신체는 너희들의 영혼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하는가? 너희들의 영혼 자체가 궁핍함이요, 더러움이며 가엾기 짝이 없는 안일함에 불과하지 않느냐? / 참으로 사람은 더러운 강물과도 같다. 더럽혀지지 않은 채 더러운 강물을 모두 받아들이려면 사람은 먼저 바다가 되어야 하리라. / 보라. 나는 너희들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이 위버멘쉬가 바로 너희들의 크나큰 경멸이 그 속에 가라앉아 몰락할 수 있는 그런 바다다. / 너희들이 체험할 수 있는 것 가운데 더없이 위대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위대한 경멸의 시간이다. 너희들의 행복이, 그와 마찬가지로 너희들의 이성과 덕이 역겹게 느껴지는 바로 그런 때 말이다. / 그것은 너희들이 이렇게 말하게 되는 때다. “나의 행복이란 것이 무엇이더냐! 그것은 궁핍함이요 추함이며 가엾기 짝이 없는 안일함에 불과하지 않는가. 나의 행복은 생존 자체를 정당화해야 하리라!” [...] 하늘을 향해 외쳐대고 있는 것은 너희들의 죄가 아니라 검약이며, 너희들이 저지르는 죄 속에 있는 너희들의 비열함이다! / 너희들을 혀로 핥을 저 번갯불은 어디에 있는가? 너희들에게 접종했어야 할 저 고아기는 어디에 있는가? / 보라, 나는 너희들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그가 바로 번갯불이요 광기다! - 16~19
4. 사람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를 잇는 밧줄, 하나의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 저편으로 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과정, 뒤돌아보는 것, 벌벌 떨고 있는 것도 위험하며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교량이라는 점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 과정이요 몰락이라는 점이다. - 19~20
5. 나는 그들에게 더없이 경멸스러운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겠다. 최후의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 그들[최후의 인간들]은 아직도 일을 한다. 일 자체가 일종의 소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소일거리 때문에 몸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한다. [...] 저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저들과 같은 자들의 귀를 위한 입이 아닌가보다. [...] 저들은 나를 바라보고는 웃는다. 저들은 웃으면서 나를 미워하기까지 한다. 저들의 웃음은 얼음처럼 차디차구나. - 23~26
6. 차라투스트라가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광대에게] 대답했다. “벗이여, 내 명예를 걸고 말하거니와 네가 말하고 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마도 없고 지옥도 없다. 너의 영혼은 너의 신체보다 더 빨리 죽어갈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 할 것이 못 된다!” - 27
7.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란 존재로, 그거에는 아직 아무런 의미도 없다. [...] 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터득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위버멘쉬요, 사람이라는 먹구름을 뚫고 내리치는 번갯불이다. - 28
9. 이제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이 아니라 그의 길동무들에게 말하려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고작 가축 떼나 돌보는 목자나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 나는 이 가축 떼로부터 많은 가축을 유인하기 위해 왔다. 군중과 가축 떼는 내게 화를 내리라. 차라투스트라는 목자들로부터 도둑이라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 나는 그들을 목자라 부르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을 선한 자, 의로운 자라고 부른다. 나는 그들을 목자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을 참 신앙의 신도라고 부른다. // [...] 창조하는 자가 찾고 있는 것은 송장이 아니라 길동무다. 무리나 추종자도 아니다. 창조하는 자와 더불어 창조할 자, 새로운 가치를 새로운 판에 써넣을 길동무를 찾는다. // [...] 나는 창조하는 자, 추수하는 자, 축제를 벌이는 자들과 벗하리라. 나는 그들에게 무지개를, 그리고 위버멘쉬에 이르는 층계 하나하나를 모두 보여주리라. // [...] 나는 나의 목표를 향해 나의 길을 가련다. 나는 머뭇거리는 자와 게으른 자들을 뛰어넘어 가리라. 나의 길이 그들에게는 몰락의 길이 되기를! - 32~34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
- 세 단계의 변화에 대하여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정신의 세 단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련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가를. / 공경하고 두려워 하는 마음을 지닌 억센 정신, 짐을 넉넉히 질 수 있는 정신에게는 견뎌내야 할 무거운 짐이 허다하다. 정신의 강인함, 그것은 무거운 짐을, 그리고 더없이 무거운 짐을 지고자 한다. / 뭐가 무겁단 말인가? 짐을 넉넉히 질 수 있는 정신은 그렇게 묻고는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짐이 가득 실리기만을 바란다. [...] // 그러나 외롭기 짝이 없는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에서 낙타는 사자가 된다. 사자는 이제 자유를 쟁취하고 그 자신이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 사자는 여기에서 그의 마지막 주인을 찾는다. 그는 그 주인에게 그리고 그가 믿어온 마지막 신에게 대적하려 하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그 거대한 용과 일전을 벌이려 한다. / 정신이 더 이상 그의 주인 그리고 신이라 부르려 하지 않는 그 거대한 용의 정체는 무엇인가?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 그것이 그 거대한 용의 이름이다. 그러나 사자의 정신은 이에 대항하여 “나는 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 // 그러나 말해 보라, 나의 형제들이여. 사자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어린아이가 해낼 수 있는가? 왜 강탈을 일삼는 사자는 이제 어린아이가 되어야 하는가? / 어린아이는 천진난만이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 최초의 운동, 거룩한 긍정이다. / 그렇다. 나의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는 거룩한 긍정이 필요하다. 정신은 이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욕구하며, 세계를 상실한 자는 자신의 세계를 되찾는다. - 38~41
- 덕의 교사에 대하여
- 저편의 또다른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아, 형제들이여, 내가 꾸며낸 이 신은 다른 신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에 불과했으며 망상에 불과했다! [...] / 나는 고통을 받고 있는 자, 나 자신을 극복한 것이다. [...] / 신체에 절망한 것은 바로 그 신체였다. 그 신체가 혼미한 정신의 손길로 그 마지막 벽을 더듬은 것이다. / [...] 이 대지에 절망한 것은 바로 그 신체였다. 그는 존재의 배[腹]가 하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 [...] 그렇다. 이 자아와 자아의 모순과 혼란이 그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가장 정직하게 말한다. 사물의 척도이자 가치인 이 자아, 창조하며 의욕하고 평가하는 이 자아가. / 그리고 가장 정직한 존재인 자아, 그것은 신체에 대하여 말하며, 이야기를 꾸며대고, 요란을 떨고 부러진 날개를 퍼덕일 때조차도 신체를 원한다. / 자아는 점점 더 정직하게 말할 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자아는 신체와 이 대지를 찬미하게 되며, 그것들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 [...] 병든 자와 죽어가는 자들이야말로 신체와 대지를 경멸하고 하늘나라와 구원의 핏방울을 생각해낸 자이다. 그러나 이 감미롭고 음울한 독조차도 그들은 바로 신체와 자아로부터 얻어냈던 것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병든 자들에게 관대하다. 참으로 그는 병든 자들이 자신들을 위로하는 방식과 그들의 배은망덕을 두고도 노여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병으로부터 건강을 되찾는 자가 되어 자신을 극복하고 더 높은 신체를 창조하기 바랄 뿐이다! / [...] / 뭔가를 꾸며대는 그리고 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자들 가운데는 언제나 병든 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있는 자와, 가장 새로운 덕인 ‘정직성’이라는 것을 몹시 미워한다.
- 신체를 경멸하는 자들에 대하여
“나는 신체이자 영혼이다.” 어린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찌하여 사람들은 어린아이처럼 말하지 못하는가? / 그러나 깨어난 자, 깨우친 자는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 뿐, 그 밖 의 아무것도 아니며, 영혼이란 신체 속에 있는 그 어떤 것에 붙인 말에 불과하다. /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를 지닌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이고, 가축 떼이자 목자이다. / 형제들이여, 너희들이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 작은 이성 역시 너의 신체의 도구, 이를테면 너의 커다란 이성의 자은 도구이자 장난감에 불과하다. / 너희들은 ‘자아 Ich’라고 말하고는 그 말에 큰 긍지를 느낀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보다 큰 것은 너의 신체와 그 신체의 커란 이성이다. 커다란 이성은 자아라고 말하는 대신에 자아를 행한다. / [...] / 감각과 정신이란 도구이자 장난감일 뿐이다. 그들 뒤에는 자기 das Selbst 라는 것이 있다. [...] / 자기는 언제나 경청하며 탐색한다. 그것은 비교하고, 강제하고, 정복하며 파괴한다. 자기는 지배하는 존재인 바, 자아를 지배하는 것도 그것이다. / 형제여, 너희의 사상과 생각과 느낌 뒤에는 더욱 강력한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있다. 이름하여, 그것이 바로 자기다. 이 자기는 너의 신체 속에 살고 있다. 너의 신체가 바로 자기다. / [...] / 창조하는 자기가 존경과 경멸을 창조했으며 기쁨과 슬픔도 창조했다. 창조하는 자기가 그가 지닌 의지의 손 하나로 정신이란 것을 창조한 것이다. / 신체를 경멸하는 자들이여, 너희들의 어리석음과 경멸에 있어서까지도 너희들의 자기를 모시고 있는 것이다. 내 너희에게 말하노니, 너희들의 자기는 죽음을 원하여 생에 등을 돌리고 있다. / 그가 가장 소망하는 것, 곧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창조하는 것, 그것을 가지는 더 이상 해낼 수 없다. 그것이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이며 그의 전 열망인데도. - 51~53
- 희열과 열정에 대하여
너는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하리라. “내 영혼을 번민에 잠기게도 하고 감미롭게도 하는 그것, 그리고 아직 내 내장의 굶주림이기도 한 그것은 발설할 수도 없고 이름지어 부를 수도 없다.” / [...] 그리고 네가 그 덕에 관해 말을 해야 한다면, 말을 더듬게 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말라. / 그러니 더듬더듬 말하라. “이것은 나의 선이며 나는 이것을 사랑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내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러한 선만을 원한다.” / [...] 너는 일찍이 열정을 지녔고 그것을 악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너의 덕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것들은 너의 열정에서 자란 것이다. / 너는 이 열정의 심장부에 너의 최고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 열정은 너의 덕이 되고 희열이 되었던 것이다. / [...] 결국 너의 열정은 모두 덕이 되었으며 너의 악마는 모두 천사가 되었다. / 너는 일찍이 너의 지하실에 사나운 들개들을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도 결국 새가 되고, 사랑스런 가희로 변하고 말았다. 너는 너의 독에서 향유를 빚어냈다. 그리고 우수라고 하는 암소에게서 젖을 짜냈다. 이제 너는 그 암소의 젖가슴에서 짜낸 향기로운 우유를 마신다. / 앞으로는 너로부터 어떠한 덕도 자라나지 않을 것이다. 너의 여러 덕 사이의 갈등에서 자라나는 악이 아니라면 말이다.
- 54~55
- 창백한 범죄자에 대하여
판관들이여, 그[범죄자]를 죽이는 것은 동정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한다. 앙갚음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희가 죽일 때 너희 자신의 생을 정당화하도록 마음을 써라! / [...] / ‘적’이라고 부를지언정 ‘악한’이라고는 부르지 말라. ‘병자’라고 부를지언정 ‘비천한 자’라고는 부르지 말라. ‘바보’라고 부를지언정 ‘죄인’이라고는 부르지 말라. / 생각과 행위 그리고 그 행위의 표상은 별개의 것이다. 이 사이에는 인과의 수레바퀴가 돌지 않는다. / 한 표상이 사람을 창백하게 만든다. 그가 행동으로 옮기자 그는 자신의 행위에 필적할 만한 자가 되었다. 그러나 행위 이후에 그 표상을 더 이상 견뎌낼 수가 없었다. / 그는 언제나 그 자신을 한 행위자로 간주해왔다. 나는 그것을 광기라 부른다. 그에게는 예외적인 것이 본질이 된다. / 한 가닥의 금을 그어 암탉을 꼼짝 못하게 묶어둘 수 있다. 그의 행위는 자신의 가련한 이성을 꼼짝 못하게 잡아둔다. 나는 이것을 행위 이후의 광기라고 부른다. / 판관들이여, 들으라! 또 다른 광기가 있다. 행위 이전의 광기가 그것이다. / [...] / 광기는 그의 가련한 이성에 귀기울였다. 그 이성이 하는 말이 납처럼 무겁게 그를 짓눌렀다. 그래서 그는 살인하면서 강탈까지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광기를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그리고 이제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납이 그를 짓눌렀다. 그러자 그의 가련한 이성은 또다시 몹시 마비되고, 몹시 무거워졌다. - 57~59
-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모든 글 가운데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게으름을 피우며 책을 읽는 자를 미워한다. / [...] 나는 용기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 용기는 웃고 싶은 것이다. / [...] / 너희 가운데 웃을 수 있는, 그러면서 동시에 높이 올라와 있을 수 있는 자가 있는가? / 가장 높은 산에 오르는 자는 비극과 비극적 엄숙성을 비웃는다. / 지혜는 우리들이 용감하고, 태연하고, 냉소적이며 난폭하기를 요구한다. 지혜는 여인이고, 그리하여 늘 전사만을 사랑한다. / 너희들은 말한다. “삶은 견뎌내기 힘들다.” 그러면 너희들은 어찌하여 오전에는 긍지를 갖다가도 저녁에 이르러 체념하는가? / 삶은 견뎌내기 힘들다. 그러나 그토록 연약한 언동을 삼가라. 우리 모두는 짐을 질 수 있는 귀여운 암수 나귀들이 아닌가. / 우리는 한 방울 이슬이 떨어졌다 하여 파르르 떨고 있는 장미 꽃봉오리와 어떤 점에서 같은가? / 그렇다. 삶에 친숙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 사랑 속에는 얼마간의 광기가 있다. 그리고 광기 속에는 얼마간의 이성이 있다. / [...] 나는 춤을 출줄 아는 신만을 믿으리라.
- 61~63
- 산허리에 있는 나무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 “뭘 그리 놀라는가? 사람도 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 / 나무가 더욱 높고 환한 곳을 향해 뻗으려 하면 할수록 그 뿌리는 더욱 더 힘차게 땅 속으로, 저 아래로, 어둠 속으로, 나락으로, 악 속으로 뻗어 내려가려고 한다.” / [...] / “차라투스트라여, [...] 나의 경멸과 동경은 함께 성장합니다. 내가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나는 오르고 있는 그자를 더욱 더 경멸하게 됩니다. 도대체 그는 이 높은 곳에 올라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 비틀거리며 오르고 있는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지요! 내 얼마나 나의 가쁜 숨결을 비웃는지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들을 내 얼마나 미워하는지요! 높은 곳에 있으면 나는 왜 그리도 피곤한지요!” / [...] / 차라투스트라는 말문을 열었다: 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구나. 네 말보다 네 눈이 네가 처한 온갖 위험을 잘 말해주고 있다. / 너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그 때문에 아직 자유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 [...] 정신의 해방을 쟁취한 자는 이제 자기 자신을 정화해야 한다. 아직도 허다한 감옥과 곰팡이가 그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눈 또한 깨끗해져야 한다. / 그렇다. 나는 네가 처한 위험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러나 나의 사랑과 희망을 두고 간청하노니, 부디 사랑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 / [...] / 고결한 자는 새로운 것을 그리고 새로운 덕을 창조하려 한다. 그러나 선한 사람은 엣 것을 원하며, 옛 것이 보존되기를 바랄 뿐이다. / [...] / 나의 사랑과 희망을 두고 간청하노니, 네 영혼 속에 있는 영웅들을 내쫓지 말라! 너의 높디높은 희망을 신성하게 유지하라!
- 64~68
- 죽음의 설교자들에 대하여
- 전쟁과 전사들에 대하여
- 새로운 우상에 대하여
국가란 온갖 냉혹한 괴물들 가운데서 가장 냉혹한 괴물이다. / [...] / 국가는 선과 악이라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인다. 국가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리고 국가가 무엇을 소유하든 그것은 그가 훔친 것이다. / 국가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거짓스럽다. / [...] / 국가가 무너져야 존재할 가치가 있는 사람, 꼭 있어야 할 사람들의 삶이 시작된다.
- 76~80
- 시장터의 파리들에 대하여
- 순결에 대하여
- 벗에 대하여
- 천 개의 목표와 하나의 목표에 대하여
일찍이 그 어떤 이웃도 다른 이웃을 이해한 적이 없다. [...] 저마다의 민족 위에는 저마다의 가치 목록이 걸려 있다. 보라, 그것은 저마다의 민족이 지닌 힘에의 의지의 목소리다. / [...] / 사람들은 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사물에 가치를 부여했다. 먼저 사물들에 그 의미를, 일종의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들 자신을 ‘사람’, 다시 말해 ‘가치를 평가하는 존재’라고 부른다. / 가치 평가 행위가 곧 창조 행위이다. [...] / 가치 평가를 통하여 비로소 가치가 존재하게 된다. [...] / 가치의 변천, 그것은 곧 창조하는 자들의 변천을 가리킨다. 창조자가 되어야 할 자는 언제나 파괴하게 마련이다. / 처음에는 민족이 창조의 주체였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창조하는 개인이 나왔다. 진정 개인 그 자체는 최근의 산물이다. / [...] / 차라투스트라는 많은 나라와 민족을 둘러보았다. 이 세상에서 사랑을 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창조물보다 더 막강한 힘을 보지 못했다. ‘선’과 ‘악’, 그것이 그 창조물들의 이름이다. - 93~96
- 이웃사랑에 대하여
이웃에 대한 너희들의 사랑은 너희들 자신에 대한 좋지 못한 사랑에 불과하다. / 너희들은 너희자신으로부터 도피하여 이웃에게로 달아난다. 그러고는 그런 행동을 하나의 덕으로 삼고 싶어 한다. / [...] / 너희들은 너희 자신을 견뎌내지 못하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너희들은 너희의 이웃을 유혹하여 사랑하도록 만들고, 그들의 과오로 자신을 미화하려 드는 것이다. / [...] / 어떤 사람은 자신을 찾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을 잊기 위해 이웃에게 달려간다. 너희들 자신에 대한 좋지 못한 사랑, 그것이 너희에게 고독을 일종의 감옥으로 만들어버린다. / [...] / 나는 너희들에게 이웃이 아니라 벗을 갖도록 가르친다. - 97~99
- 창조하는 자의 길에 대하여
형제여, 홀로 있고자 하는가? 네 자신에 이르는 길을 찾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잠시 멈추고 내 말을 들어보라. / [...] / 형제여, 너는 알고 있는가, ‘경멸’이란 말을? 너를 경멸하는 자들에게조차도 정의롭고자 하는 너의 정의의 번민을 너는 알고 있는가? / [...] 너는 그들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네가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시샘에 찬 그들의 눈에 너는 더욱더 작게 보이게 된다. 하늘을 나는 자가 누구보다도 미움을 받는다. / [...] / 그리고 선하고 정의롭다는 사람들을 조심하라! 그들은 자기 자신의 덕을 고안해내는, 그런 사람들을 즐겨 십자가에 못 박아 처단한다. 그들은 홀로 있는 자를 증오한다. / [...] / 그리고 너의 사랑의 발작도 조심하라! 고독한 자는 그가 만나는 사람에게 손을 너무 빨리 내민다. / 네가 함부로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되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내밀려면 앞발을 내밀라. 너의 앞발에 발톱까지 달려 있다면 좋으련만. / 네가 마주칠 수도 있는 적 가운데 가장 고약한 적은 언제나 네 자신이다. 동굴과 숲에서 너는 네 자신을 숨어 엿보고 있다. / [...] / 고독한 자여, 너는 사랑하는 자의 길을 가고 있다.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하며, 그 때문에 너를 경멸한다. 사랑하는 자만이 아는 그 같은 경멸을. / 사랑하는 자는 창조하려 한다. 경멸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한 것을 경멸해보지 않은 자가 어떻게 사랑을 알겠는가! / 형제여, 너의 사랑과 창조와 함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그래야 정의가 비로소 정의가 절뚝거리며 네 뒤를 따를 것이다. / 형제여, 내가 흘리는 눈물과 함께 너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나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창조하려 하며 그 때문에 파멸하는 자를 사랑한다. - 101~104
-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에 대하여
여자에게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다. 그리고 여자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하나의 해결책을 갖고 있으니, 임신이 바로 그것이다. / 여자에게 남자는 일종의 수단일 뿐이다. 목적은 언제나 어린아이다. 그렇다면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는 무엇인가? / 진정한 남자는 두 가지를 원한다. 모험과 놀이가 그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장난감으로 여자를 원하는 것이다. / 남자는 전투를 위해, 여자는 전사에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양육되어야 한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너무나도 달콤한 여자를 전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그는 여자를 좋아한다. 더 없이 달콤한 여자라 하더라도 쓴 맛을 내기 때문이다. / 남자보다는 여자가 어린아이를 더 잘 이해한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 가운데 더 어린아이다운 것은 남자다. / 진정한 남자 안에는 어린 아이가 숨어 있다. 그 아이는 유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여자들이여, 남자 안에 숨어 있는 어린아이를 찾아내도록 하라! / 여자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여러 덕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보석처럼 순수하고 섬세한 장난감이 되어야 한다. / 별의 광채가 너희들의 사랑 속에서 빛나기를! “나는 위대한 위버멘쉬를 낳고 싶다!” 이것이 너희들의 희망이 되도록 하라. / 너희들의 사랑 속에 용기가 깃들어 있기를! 너희들은 사랑을 수단으로 하여 너희들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고 있는 자에게 덤벼들어야 한다. / 너희들의 사랑에 너희들의 명예가 깃들어 있기를! 그렇지 않을 경우 여자는 명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나 받는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할 일이며, 사랑을 하는 일에서 결코 둘째가 되지 말 일이다. 이것이 너희들의 명예가 되도록 하라. / 남자여, 여자가 사랑을 할 때 여자를 두려워하라. 사랑하는 여자는 모든 것을 희생하기 때문이며, 그 밖의 모든 것은 그에게 무가치하기 때문이다. / 남자여, 여자가 미워할 때 여자를 두려워하라. 남자는 영혼의 바탕에서 사악할 뿐이지만 여자는 바로 그 바탕에서 열악하기 때문이다. / 여자는 누구를 가장 미워하는가? 쇠붙이가 자석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 “나는 너를 더 없이 미워한다. 너는 잡아당기면서도 이미 잡은 것을 놓치지 않을 만큼 강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 남자의 행복은 “나는 원한다”는 데 있다. 여자의 행복은 “그는 원한다”는 데 있다. / “보라, 방금 이 세계는 완성되었다!” 온 마음으로 사랑하여 순종할 때 여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 그리고 여자는 순종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자신의 표면에 대해 어떤 깊이를 발견해야 한다. 표면은 여자의 정서, 일종의 얕은 물 위에서 요동치는 격한 살갗이다. / 이와 달리 남자의 심정은 깊다. 그리하여 그의 강물은 지하의 동굴에서 좔좔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여자가 이러한 남자의 힘을 짐작은 하겠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 [...] / “늙은 여인이여, 내게 그 작은 진리를 다오!” 나는 말했다. 그러자 그 늙은 여인이 말했다. “여자들에게 가려는가? 그러면 회초리를 잊지 말라!” - 106~108
- 살무사에 물린 상처에 대하여
너희들에게 적이 있다면 악을 선으로 갚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것은 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다. 그 대신에 그가 너희들에게 어떤 좋은 일을 했음을 입증하여 보여주어라. / 그리고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라! 그리고 누가 너희들을 저주할 때 축복하려 들지 말라. 그런 것은 내 맘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얼마쯤 같이 저주해주어라! / 너희들에게 커다란 불 하나가 자행되면 서둘러서 작은 불 다섯 개를 저질러 앙갚음을 하라. 혼자서 불의를 참고 견디는 자는 보기에도 끔찍하다. / [...] / 작은 앙갚음을 하는 것이 앙갚음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래도 인간적이다. / [...] / 자신의 불의를 인정하는 것이 정의를 고수하는 것보다 훨씬 고상하다. 특히 너희가 정당할 때 그러하다. 다만 그럴 수 있기 위해서 너희들은 그만큼 정의로워야 한다. - 110
- 아이와 혼인에 대하여
너는 젊다. 그리하여 아이를 원하고 혼인을 원한다. 그러나 묻노니, 너는 한 아이를 원할 자격이 있는 그런 사람인가? / 너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자, 자신을 제압한 자, 관능의 지배자, 네 자신의 덕의 주인인가? 그것을 네게 묻노라. / 그것이 아니라면 네 안에 짐승과 절박한 욕구가 있어 그 같은 갈망을 갖도록 하는 것인가? 아니면 외로움, 그것도 아니라면 네 자신과의 불화 때문인가? / 너의 승리와 너의 자유가 아이를 갈망하기 바란다. / [...] / 앞뿐만 아니라 위를 향해서도 생식을 해야 한다. - 112
-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모두가 죽음을 중대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죽음은 아직 축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더없이 아름다운 축제를 벌이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다. / 나는 삶을 완성하는 죽음, 살아 있는 자에게는 가시바늘이 되고 굳은 언약이 될 그런 죽음을 너희들에게 보여주겠다. / [...] / 나는 너희들에게 내 방식의 죽음을 권하는 바이다. 내가 원할 때 찾아오는 자유로운 죽음 말이다. - 116~117
- 베푸는 덕에 대하여
1. 참으로, 이처럼 베푸는 사랑은 모든 가치를 강탈해내는 도둑이 되어야 한다. 이러 이기심을 나는 건전하며 거룩한 것이라고 부른다. / 또 다른 유형의 이기심이 있다. 언제나 훔치려 덤벼드는, 너무나도 가난하여 굶주린, 곧 병든 자의 이기심이 그것이다. / [...] / 2. 그렇다. 삶으로 돌아오도록 하라. 돌아와 이 대지에 의미를, 하나의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라! / [...] / 아, 사람은 일종의 시도였다. / [...] / 무궁무진하여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 사람이며 대지다. / [...] / 3. 나의 제자들이여, 이제 나 홀로 나의 길을 가련다. 너희들도 이제 한 사람 한 사람 제 갈 길을 가라! 내가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진실로 너희들에게 권하거니와 나를 떠나라.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에 저항하여 스스로를 지켜라. 더 바람직한 일은 차라투스트라의 존재를 부끄러워하는 일이다! 그가 너를 속였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 사물의 이치를 터득한 사람은 적을 사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벗을 미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 영원히 제자로만 머문다면 그것은 선생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내가 쓰고 있는 월계관을 낚아채려 하지 않는가? / 너희들은 나를 숭배한다. 그러나 너희들의 숭배가 어느 날 뒤집히게 되면 어찌할 것인가? 신상에 깔려 죽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 [...] / 너희들이 나를 만났을 때, 너희들은 아직 자기 스스로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 모양이다. 그러니 신앙이란 것이 그렇고 그럴 수밖에. / 너희들에게 명하노니, 이제 나를 버리고 자신을 찾도록 하라. 너희가 모두 나를 부인하고 나서야 나는 다시 너희들에게 돌아오리라. / [...] / “모든 신은 죽었다. 이제 위버멘쉬가 등장하기를 우리는 바란다.” 이것이 언젠가 우리가 위대한 정오를 맞이하여 갖게 될 마지막 의지가 되기를! - 126~128
제2부
- 거울을 갖고 있는 아이
- 행복한 섬에서
만약 신들이 존재한다면, 나는 내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참고 견뎌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 [...] / 유일한 자, 완전한 자, 부동자, 충족자 그리고 불멸자에 대한 가르침 모두를 나는 악이라고 부르며 인간 적대적이라고 부른다! / 불멸하는 것이란 한낱 비유에 불과하다! 시인들은 너무나도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최상의 비유라고 한다면 마땅히 불멸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생성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비유는 일체의 덧없는 것들에 대한 찬미가 되어야 하며 정당화가 되어야 한다. / [...] / 그러나 나의 수명, 곧 창조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좀더 정직하게 말한다면, 그러한 숙명을 나의 의지는 원하고 있는 것이다. / [...] / 의욕은 자유를 가져온다. 이것이야말로 의지와 자유에 대한 참다운 가르침이다. / [...] 만약 신들이 존재한다면, 창조할 무엇인가가 아직 남아 있겠는가! / 그러나 나의 불타는 창조의지는 언제나 새롭게 나를 사람들에게로 내몬다. 이렇듯 창조의지는 망치를 돌로 내모는 것이다. / 아, 사람들이여. 돌 속에 하나의 형상이 잠자고 있다! 내가 머리 속에서 그리고 있는 형상 가운데 가장 뛰어난 형상이. 아, 그 형상이 더할 나위 없이 단단하고 보기 흉한 돌 속에 갇혀 잠이나 자야 하다니! - 137~139
- 연민의 정이 깊은 자에 대하여
오, 나의 벗들이여!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있는 자는 말한다. 수치심, 수치심, 수치심.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라고. / 고결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수치심을 갖지 않도록 배려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에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낄 것을 명한다. / 참으로 나는 연민의 정을 베풂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자비로운 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나도 수치심을 모른다. / [...] / 인간이 존재한 이래, 인간이 기쁨을 누린 일이 너무나도 적었다. 나의 형제들이여, 이것만이 우리의 원죄다! / 우리가 좀더 기뻐할 줄 알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거나 다른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궁리를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하지 않게 된다. / [...] / 나는 고통받는 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았고, 그가 그런 이유로 느끼는 수치심으로 인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도움으로써, 그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 크나큰 은혜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복수심에 불타도록 만든다. 그리고 작은 은혜의 경우, 그것이 잊혀지지 않으면 좀벌레가 생긴다. / [...] / 다만 거지만은 남김없이 몰아내라! 참으로 그들에게는 주어도 화가 나고, 주지 않아도 화가 난다. / 죄인과 악한 양심이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벗들이여, 나를 믿으라. 양심의 가책은 사람들을 물어뜯도록 만든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약한 것은 속좁은 생각들이다. 참으로 속좁게 생각하기보다는 악행을 저지르는 편이 더 낫다! / [...] / 위대한 사랑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런 사랑은 용서와 연민마저도 극복한다. / [...] / 아, 연민의 정이 깊은 자에게서보다 더 큰 어리석은 일이 이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났던가? 그리고 이 세계에서 연민의 정이 깊은 자들의 어리석은 일보다 더 큰 고통을 가져온 것이 있었던가? / 자신의 연민의 정을 뛰어넘지 못하면서 사랑을 하고 있는 자 모두에게 화 있어라! / 언젠가 악마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신 또한 자신의 지옥을 갖고 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바로 그의 지옥이다.” / 그리고 최근에 나는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사람들에 대한 연민 때문에 신은 죽고 말았다.” 그러니 연민이라는 것을 경계하라. 그곳으로부터 무거운 구름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 몰려온다! 나는 천기를 안다! / 위대한 사랑은 한결같이 연민 이상의 것이다. 위대한 사랑은 사랑을 할 자까지 창조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말도 마음속에 새겨두어라. / “나는 나 자신을 나의 사랑에 바친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나의 이웃을.” 창조하는 모든 자가 하는 말이다. / 그러나 창조하는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혹하다. - 141~145
- 사제에 대하여
“여기 사제들이 있다. 그들이 나의 적이기는 하지만, 조용히 그리고 칼을 잠재운 채 그들 옆을 지나가도록 하자! / 그들 가운데도 영웅은 있다. 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자들이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하려 드는 것이다. / 그들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적들이다. 그들의 겸손만큼 더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것도 없다. 그리하여 그들을 공격하는 자는 오히려 자신을 더럽히게 된다. / 그러나 나의 피는 그들의 것과 아주 가깝다. 따라서 나는 나의 피가 그들의 피 속에서조차도 존경받기 바란다.” / [...] / 나는 이들 사제들과 더불어 고통을 겪었으며 아직도 겪고 있다. 내 보기에 그들은 갇혀 있는 자들이요 낙인찍힌 자들이다. 그들이 구세주라 부르고 있는 바로 그가 그들을 질곡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 그릇된 가치와 미혹된 말이라는 질곡 속으로! 아,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을 그들의 구세주의 손에서 구원해주면 좋으련만! / [...] / 그들은 자신들을 거부하고 괴롭히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불러왔다. 참으로 그들의 경배 속에는 영웅적인 것이 많이 깃들여 있었다. / [...] / 사실은 이 목자들도 그 양 떼의 일부였던 것이다! / [...] / 그들이 지나간 길 위에 그들은 핏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가르쳤다. 사람들은 피로써 진리를 증명한다고. / 그러나 피는 진리에 대한 최악의 증인이다. 피가 더없이 순수한 가르침조차 더럽혀 마음의 망상과 증오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 자기 자신의 가르침을 위해 불길 속을 걸어간다 해도, 이것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으랴! 차라리 자기 자신의 타오르는 불길로부터 가르침이 나온다면 오히려 더 나을 것이다! / [...] / 이제 너희들은 모든 구세주보다 더 위대한 자들에 의해 구원받아야 한다. 형제들이여, 너희들이 자유의 길을 찾고자 한다면 말이다! / 위버멘쉬가 존재한 적은 아직 없다. 나는 가장 위대한 자들과 가장 보잘 것 없는 자들의 발가벗은 모습을 보았다. / 이들은 아직 너무 닮아 있다. 참으로 더 없이 위대한 사람조차도 너무나도 인간적이라는 것을 나는 발견했다! - 146~150
- 도덕군자에 대하여
- 잡것들에 대하여
- 타란툴라에 대하여
평등을 설교하는 자들이여, 영혼에 현기증을 일으키는 너희들에게 나는 비유를 들어 말하련다. 너희들야말로 탈란툴라요 은밀하게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자들이다! / [...] / 너희들이 내세우는 ‘정의’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앙갚음(怨恨, ressentiment)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서. / 앙갚음으로부터의 인간의 구제, 이것이 내게는 최고 희망에 이르는 교량이자 오랜 폭풍우 후에 뜨는 무지개이기 때문이다. / [...] / 나는 평등을 설교하는 이와 같은 자들과 섞이고 혼동되기를 원치 않는다. 정의가 내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다”고. / 사람들은 평등해서도 안 된다! 달리 말하면 위버멘쉬에 대한 나의 사랑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 그들 사이에 더 많은 전투가 벌어지고 더 많은 불평등이 조성되어야 한다. - 161~164
- 이름 높은 현자에 대하여
이름 높은 현자들이여, 너희 모두는 진리는 섬기지 않고 민중을, 그리고 민중의 미신을 섬겨왔다! 바로 그 때문에 민중은 너희들을 공경하고 두려워해왔다. / [...] / 너희들은 민중에게 그들이 하는 숭배를 정당화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진리를 향한 의지’라고 불렀다. 이름 높은 현자들이여! / 그리고 너희들의 마음은 항상 그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나는 민중 출신이다. 신의 음성도 민중에게서 내게 들려왔다.” / 민중의 대변자로서 너희들은 언제나 나귀처럼 완고하기도 햇고 교활하기도 했다. / [...] / 사막에는 예로부터 진실한 자, 자유로운 정신을 소유한 자들이 주인으로서 살아왔다. 그와 달리 도시에는 자신들의 배를 넉넉히 채운 이름 높은 현인들, 이를테면 수레를 끄는 짐승들이 살고 있다. / 그들은 언제나 나귀로서 수레를 끌고 있다. 민중이라는 수레를 말이다. - 167~169
- 밤의 노래
- 춤에 부친 노래
- 만가(輓歌)
- 자기극복에 대하여
더 없이 지혜로운 자들이여, 너희들은 너희들을 앞으로 내몰고 열렬하게 불붙이는 것을 ‘진리를 향한 의지’라고 부르지 않는가? /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유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 나는 너희들의 의지를 이렇게 부른다! 너희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우선 사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너희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유 가능한 것인지를 건전한 불신감에서 미심쩍어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존재하는 것 일체는 너희에게 순응해야 하며 굴복해야 한다! 너희들의 의지가 바라는 것이 이것이다. 그것은 정신의 거울과 반사로서 그 정신에게 매끄러워야 하며, 그 정신에게 순종해야 한다. / 더 없이 지혜로운 자들이여, 이것이 힘에의 의지의 일종으로 너희들의 의지의 전부다. 너희들이 선과 악에 대해, 그리고 가치 평가에 대해 말할 때조차도 그렇다. / [...] / 오직 생명이 있는 곳, 그곳에 의지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생명에 대한 의지가 아니라 힘에의 의지라는 것을 가르치노라!
- 187~191
- 고매한 자에 대하여
- 교양의 나라에 대하여
그렇다. 현대인들이여, 너희들은 웃음꺼리다! / [...] / 아, 나는 동경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이제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가! 모든 산정에서 나는 나의 조국과 모국을 찾아본다. /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내 고향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도시에서도 나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리하여 어느 성문에 이르러서도 나는 언제나 다시 출발하게 된다. / 최근에 나의 마음을 끌었던 저 현대인들은 내게 낯선 존재로 일종의 웃음거리다. 나는 나의 조국과 모국에서 쫓겨난 몸이다. / 나는 이제 단지 내 아이들의 나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멀고먼 바다 가운데 있는 그 나라만을 사랑하리라. 나는 나의 돛에게 그 나라를 찾아낼 것을 명한다. - 200
- 때묻지 않은 앎에 대하여
너희는 먼저 너희 자신을 믿도록 하라. - 205
- 학자에 대하여
사실인즉 나는 학자들이 살고 있는 집을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문을 등 뒤로 힘껏 닫아버렸다. / [...] / 나는 내 자신의 생각들로 너무 달궈져 화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때가 자주 있다. 그러니 먼지투성이의 모든 방을 뛰쳐나올 수밖에. / 그러나 그들 학자들은 아직도 서늘한 그늘 아래 시원하게 앉아 있다. 그들은 무슨 일에서나 다만 관망자로 남기를 원한다. 그리고 태양이 작열하는 뜨거운 계단 위에는 앉ㅈ이 않으려 몸을 사린다. /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자들처럼 그들 또한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낸 사상들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 208
- 시인에 대하여
- 크나큰 사건에 대하여
“교회, 그것은 일종의 국가다. 그거도 가장 거짓말 잘하는 국가다. [...] / 너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위선에 찬 개의 일종이다. [...] / 그는, 국가는 어디까지나 이 지상에서 가장 중요한 짐승이 되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국가를 그렇게 믿고 있다.” - 219
- 예언자
“[...] 가르침 하나가 반포되었으며 신앙 하나가 그와 함께 퍼졌다. ‘모든 것은 공허하다. 모든 것은 한결같다. 모든 것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 - 222
- 구제에 대하여
지난날의 사람들을 구제하고 일체의 ‘그랬었다’를 ‘나는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로 전환시키는 것, 내게는 그것만이 구제다! / [...] / 의욕은 해방시켜준다. 그러나 아직 이 해방자조차 속박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 ‘그랬었다.’ 이것은 의지의 절치(切齒)와 더없이 고독한 우수의 이름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무기력한 의지는 일체의 과거에 대해 악의를 품고 관망하는 자다. / [...] / 시간과 시간의 ‘그랬었다’에 대한 의지의 적의, 이것만이 앙갚음 그 자체다. / [...] / 앙갚음의 정신. 형제들이여, 지금까지는 이것이 사람들의 최상의 궁리였다. 그리고 고통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징벌이 있게 마련이다. / ‘징벌’, 앙갚음은 자기 자신을 그렇게 부른다. 앙갚음은 거짓말로써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는 체한다. / [...] / 일체의 ‘그랬었다’는 창조하는 의지가 나서서 ‘나는 그것이 그러하기를 원했다!’고 말할 때까지는 부서진 파편이요, 수수께끼이자 끔찍한 우연일 뿐이다. / 창조하는 의지가 덧붙여 ‘그러나 나는 그러기를 원한다! 나는 그러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할 때까지는 말이다. - 231~234
- 처세를 위한 책략에 대하여
- 더없이 고요한 시간
제3부
- 방랑자
나는 방랑하는 자이자, 산을 오르는 자다.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평지를 도무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라고 하는 자는 오랫동안 한 곳에 조용히 앉아 있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 그리고 내가 어떤 숙명을 맞이하게 되든, 내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그 속에는 반드시 방랑과 산 오르기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필경 자신을 체험할 뿐이 아닌가. / 내게 우연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때는 지나갔다. 이미 내 자신의 것이 아닌 그 어떤 것이 새삼 내게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 되돌아올 뿐, 끝내 내게 되돌아올 뿐이다. 내 자신의 자기, 그리고 그것을 떠나 오랫동안 낯선 곳을 떠돌고 있던 것, 모든 사물과 우연 사이에 흩어져 있던 것은. / [...] / 언제나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아끼고 보살피는 자는 결국 지나친 아낌과 보살핌 끝에 병들고 만다. 그러니 찬미해야 한다. 준엄하게 만드는 것을! 나는 버터와 꿀이 흐르는 땅을 찬미하지는 않는다! /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서 눈길을 돌릴 줄 알아야 한다. 이같은 준엄함이 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 249~251
- 환영과 수수께끼에 대하여
1. [...] 용기는 최상의 살해자이기도 하다. 용기는 연민의 정까지도 없애버린다. 연민의 정이야말로 가장 깊은 심연이다. 인간의 생을 그토록 깊이 들여다보면, 고통까지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 그러나 용기는 최상의 살해자다. 공격적인 용기는. “그것이 생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이라고 말함으로써 용기는 죽음을 죽이기까지 한다. - 256~257
- 뜻에 거슬리는 행복에 대하여
가라, 나의 행복이여!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밤새 그의 불행을 기다렸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밤은 밝고 조용했다. 오히려 그에게 서서히 다가온 것은 행복이었다. 아침이 되자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그러고는 비웃듯이 말했다. “행복이 나를 뒤쫓고 있구나. 내가 여인들을 뒤쫓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무튼 행복은 여인이다.” - 266~267
- 해뜨기 전에
“모든 사물 위에 우연이라는 하늘, 천진난만이라는 하늘, 의외라는 하늘, 자유분망이라는 하늘이 펼쳐져 있다.” - 271
- 왜소하게 만드는 덕에 대하여
2. 나는 이들 민중 사이를 가로질러 간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서. 그들은 더욱 왜소해졌다. 그리고 더더욱 왜소해지고 있다. 행복과 덕에 관한 그들[민중]의 가르침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 / 여기에는 남자다운 남자가 드물다. 그 때문에 그들의 여자들이 남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함이 없이 남자다운 남자만이 여자 속에 있는 여자를 구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 [...] / 겸허하게 만들고 얌전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는 덕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늑대를 순화하여 집개로 만들고, 사람조차 사람에게 가장 좋은 가축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 [...] / 3. “이웃을 항상 자신처럼 사랑하라. 그러나 그에 앞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 크나큰 사랑으로 사랑하고, 크나큰 경멸로 사랑하라!” 신을 믿지 않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 276~280
- 감람산에서
그들은 아직도 나의 재난과 우연을 가엽게 여긴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우연이 내게 다가오도록 내버려두어라. 그는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하다!” / 내가 재난과 겨울의 가난함, 북극곰의 모자와 눈 내리는 하늘 외투로 나의 행복을 둘러싸지 않았다면 어찌 그들은 내가 누리는 행복을 감당할 수 있으랴! / [...] / 고독이 어떤 사람에게는 병든 자의 도피다.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병든 자로부터의 도피다. - 285~286.
- 그냥 지나쳐 가기에 대하여
“영혼들이 더러운 누더기처럼 힘없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 누더기들로부터 그들은 아직도 신문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답니다! / 그대는 어떻게 하여 정신이 한낱 말장난으로 전락했는지를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정신은 여기에서 역겨운 말의 개숫물을 토해내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와 같은 말의 개숫물로 신문이라는 것을 만들어내지요.” / [...] / 너 바보여, 헤어지기에 앞서서 나는 네게 이 가르침을 베푼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곳이라면 들르지 말고 그냥 지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 288~291
- 배신자에 대하여
- 귀향
- 세 개의 악에 대하여
1. 축복하는 법을 가르친 자가 저주하는 법도 가르쳤다. 이 세계에서 가장 저주받은 세 가지, 그것은 어떤 것들인가? 나는 그것들을 저울에 달아보려 한다. / 감각적 쾌락, 지배욕, 이기심. 이들 셋이 지금까지 가장 혹독하게 저주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가장 고약하게 비방되고 왜곡되어왔던 것들이다. 나는 이 셋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저울질 해보려 한다.
- 306
- 중력의 악령에 대하여
2. 이런 사람은 대지와 삶이 무겁다고 말한다. 중력의 악령이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다. / 그렇다고 허약한 자나 병자의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 자애라는 것조차도 그들에게서는 악취를 풍기기 때문이다. / 나의 가르침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건전하며 건강한 사랑으로써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참고 견뎌냄으로써 쓸데없이 배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 이와 같은 배회는 자신에게 세례를 베풀고는 그 자신을 ‘이웃사랑’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자행된 것 가운데 가장 고약한 기만과 위선이 행해진 것도 바로 이웃사랑이라는 말 아래서였다. 그것도 이 세계에 짐이 되어온 자들에 의해. / [...] / 나는 다양한 길과 방법을 통해 나의 진리에 이르렀다. 내가 사다리 하나만으로 먼 곳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에까지 오른 것은 아니다. / 나는 마지못해 길을 묻곤 했을 뿐이다. 이것 또한 내 취향에 거슬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직접 그 길을 물어가며 길을 가려 시도했다. / 시도와 물음, 그것이 나의 모든 행로였다. 그리고 진실로 사람들은 그 같은 물음에 대답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내 취향이다. /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나의 취향 말이다. 이를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숨기지도 않는다. / “이것이 이제는 나의 길이다. 너희들의 길은 어디 있는가?” 나는 내게 ‘길’을 묻는 자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이를 테면 모두가 가야할 단 하나의 길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 313~318
- 낡은 서판(書板)과 새로운 서판에 대하여
2. 창조하는 자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를 모른다. [...] / 그런데 창조하는 자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는가 하면 이 대지에 그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자다. 그가 비로소 어느 것이 선이고 악인지를 결정한다. / [...] / 3. 내가 ‘위버멘쉬’라는 말을 길에서 습득한 것, 사람이란 극복되어야 하는 어떤 것이라는 것, /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교량이라는 것, 새로운 아침놀에 이르는 도정으로서 자기 자신의 정오와 저녁으로 인하여 스스로 행복을 찬양한다는 것, / [...] / 4. 네 이웃을 보살피지 말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존재다. / [...] / 그리고 이웃 사이에서도 네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네가 네 힘으로 강탈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사람이 네게 부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 네가 하고 있는 일을 그 누구도 다시 네게 되풀이해서 할 수는 없다. 보라, 앙갚음이란 없는 것이다. / [...] / 5. 사람들은 오히려 죄책과 고통을 탐색해야 한다! / [...] / 7. 오, 선한 자들이여! 선한 자들은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처럼 선하게 되는 것, 정신에는 그것이 하나의 병이다. / 이 선한 자들은 양보하며 참고 견딘다. 그들의 마음은 따라 하며 그들의 바탕은 순종한다. 그러나 순종하는 자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 하나의 진리가 태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선한 자들이 악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이 한데 모여야 한다. 오, 나의 형제들이여, 너희들은 이러한 진리에 걸맞을 만큼 충분히 악한가? / [...] / 8. 물 속에 들보가 세워지고, 좁은 판자다리와 난간이 그 강물 위로 솟아오르면, 정녕 ‘모든 것은 흐른다’고 말하는 자를 믿을 사람은 없게 된다. / 심지어는 멍청한 자조차도 그 말에 반대하고 나선다. “무슨 말인가?” 그들은 말한다 “모든 것이 흐르고 있다고? 들보와 난간이 강물 위에 저렇게 버젓이 있는데도!” / 강물 위에 있는 모든 것, 이를테면 사물의 모든 가치, 교량들, 개념들, 일체의 ‘선’과 ‘악’은 고정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고정되어 있다. / [...] / “근본적으로 모든 것은 정지해 있다.” 그러나 봄바람은 이 가르침에 반대되는 설교를 한다! / 봄바람은 밭이나 갈도록 길들여진 얌전한 수소가 아니라 성난 뿔로 얼음을 깨부수는 난폭한 수소이며 파괴자다! 깨진 얼음은 다시 판자다리를 무너뜨리고 만다! / 오, 형제들이여, 이제 모든 것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모든 난간과 판자다리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았는가? 그 누가 아직도 ‘선’과 ‘악’에 매달려 있을 수 있는가? / “재앙이로다! 축복이로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나의 형제들이여,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이렇게 설교하라! / 9. 한때 사람들은 예언자와 점성술사를 믿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든 것은 운명이다. 너는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한다!”고 믿었다. / 그러고 나서는 예언자와 저성술사를 다시 믿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든 것은 자유다. 네가 원하기 때문에 너는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 [...] / 11. 생각이 고작 할아버지에까지밖에 미치지 않는 천민에게는 시간이 할아버지와 더불어 멎는다 [...] // [...] 오, 형제들이여, 모든 천민과 전제 권위적인 것의 적대자로서 새로운 서판에 ‘고결하다’란 말을 써넣을 그런 새로운 귀족이 요청된다. 귀족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결한 자들과 온갖 유형의 고결한 자들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언젠가 내가 비유를 들어 말했듯이 “신들은 존재하지만 하나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신성인 것이다!” / 12. 앞으로는 어디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것을 너희들의 명예로 삼아라. 너희 자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와 발길, 그것들을 새로운 명예로 삼아라. / [...] / 14. 그들 모두가 깨끗하지 못한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이 세계를 그 배후에서 보지 않고서는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자들, 즉 저편의 또다른 세계를 신봉하는 자들이 그러하다! / [...] / 최선의 자에게도 역겨움을 일으키는 무엇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최선의 자도 아직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 [...] / 20. 오, 형제들이여, 나는 그렇다면 잔인한가? 그러나 말하리라. 추락하는 것, 그것을 오히려 발로 차버려야 한다고. / [...] / 25. 인간 사회. 그것은 일종의 시도, 일종의 긴 탐색이라고 나는 가르친다. 그러나 그것이 찾고 있는 것은 명령하는 자다! / 오 형제들이여, 일종의 시도다! 결코 ‘계약’이 아니다! 부숴버려라, 심약한 사람과 변변치 못한 자들이 하는 그 같은 말을 부숴버려라! / [...] / 29. 왜 그리도 무른가? 오. 형제들이여, 나는 너희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희들은 나의 형제가 아닌가? / 왜 그리도 무르며, 왜 그리도 고분고분하며 너그러운가? - 320~349
- 건강을 되찾고 있는 자
2. 영원회귀 [...] 만물이 영원히 되돌아오며, 우리 자신도 더불어 되돌아온다. [...] 우리가 이미 무한한 횟수에 걸쳐 이미 존재했으며, 모든 사물 또한 우리와 함께 그렇게 존재했다는 것 아닌가. [...] “나를 얽매고 있는 원인의 매듭은 다시 돌아온다. 그 매듭은 다시 나를 창조하리라! 나 스스로 영원한 회귀의 여러 원인에 속해 있는 것이다. / 나는 다시 오리라. 이 태양과 이 대지, 이 독수리와 뱀과 더불어. 그렇다고 내가 새로운 생명이나 좀 더 나은 생명, 아니면 비슷한 생명으로 다시 오는 것이 아니다. / 나는 더없이 큰 것에서나 더없이 작은 것에서나 동일한 생명으로 영원히 되돌아오는 것이다. 또다시 만물에게 영원회귀를 가르치기 위해. / 또 다시 위대한 대지와 인간의 정오에 관해 이야기하고, 또다시 사람들에게 위버멘쉬를 알리기 위해.”
- 358~360
-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 춤에 부친 또 다른 노래
- 일곱 개의 봉인(또는 ‘그렇다’와 ‘아멘’의 노래)
제 4부 및 최종부
- 꿀 봉납
나는 철저하게 그리고 처음부터 그 같은 자, 잡아당기고, 끌어당기고, 끌어올리는 자, 일찍이 적절하게도 ‘있는 그대로의 네가 되어라’고 말한 바 있는 그 인도자, 양육자, 훈계자인 것이다. - 383
- 구조를 간청하는 외침
- 왕들과의 대화
1.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는데도 취한 무녀들이 말했다. “슬프다, 일이 이렇게 되어가다니! / 퇴락이다! 퇴락이다! 세상이 이토록 깊이 가라앉은 적은 없었다! / 로마는 창녀가, 그리고 창녀의 소굴이 되어버렸다, 로마의 황제는 가축이 되었으며, 신조차 유태인이 되어버렸다!” 2. 오른편 왕이 말했다. “우리들은 그를, ‘너희들은 평화를 사랑하되, 또 다른 전쟁을 위한 방편으로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긴 평화보다는 짧은 평화를 더 좋아해야 한다!’고 가르친 그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 ‘무엇이 선이냐? 용맹한 것이 선이다. 좋은 전쟁은 모든 구실을 신성한 것으로 만든다.’ 일찍이 이토록 호전적인 말을 한 자는 없었다.
- 397
- 거머리
질문을 받은 자가 대답했다. “나는 정신의 양심을 지닌 자다. [...] 많은 것을 반쯤 알기보다는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낫다! 낯선 사람의 판단에 힘입어 현자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주먹을 믿는 바보가 되라!” - 402
- 마술사
- 실직
- 더없이 추악한 자
- 제 발로 거지가 된 자
- 그림자
나는 그대와 함께 말과 가치에 대한 믿음, 위대한 이름들에 대한 믿음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악마가 허울을 벗으면 그의 이름 또한 떨어져나가지 않는가? 이름도 허울이기 때문이다. 아마 악마 자신도 허울이리라. / ‘참된 것은 따로 없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 [...] / ‘내가 소망하는 그런 삶을 살자. 아니면 더 이상 살지를 말자.’ 그러기를 나는 원한다. - 440~441
- 정오에
더없이 근소한 것, 더없이 조용한 것, 더없이 가벼운 것, 도마뱀의 바스락거림, 숨결 하나, 한 순간, 눈길 하나. 이처럼 자그마한 것이 최상의 행복을 만들어낸다. 조용히 하라! / [...] / 뭐라고? 세계는 방금 완성되지 않았는가? 둥글고 원숙하게? 오, 황금으로 된 둥근 고리여, 어디로 날아가는가? 나는 그 뒤를 따라가리라! 서둘러서! - 446~447
- 환영인사
- 만찬
- 보다 높은 인간에 대하여
3. 오늘날 더없이 세심한 자는 묻는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유일한 사람이자 첫 번째 사람으로서 묻는다. “어떻게 사람은 극복될 것인가?” / [...] / 오늘날 소인배들이 주인이 되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순종과 겸손, 책략과 근면, 배려 등등으로 길게 이어지는 왜소한 덕을 설교한다. / 여자의 성품을 갖고 있는 자, 하인 혈통을 타고난 자, 그리고 특히 천민 잡동사니, 이제 그런 자들이 온갖 사람의 숙명 위에 군림하려 든다. 오, 역겹도다! 역겹도다! 역겹도다! / “어떻게 하면 가장 멋있게, 가장 오래, 가장 평안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런 자들은 묻고 또 묻지만 묻는 일에 지치는 법이 없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오늘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 오, 형제들이여, 오늘을 지배하는 이들 주인을 극복하라. 이 소인배들을. 그런 자들이 위버멘쉬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커다란 위협이 된다! /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이 왜소한 덕을, 이 작은 책략을, 이 모래알 같은 배려를, 이 개미떼의 하찮음을, 이 측은한 안일을, 이 ‘절대 다수의 행복’이라는 것을 극복하라! / 순종하기보다는 차라리 절망하라. 그대들이 오늘을 살줄을 모르기 때문에 나는 그대들을 사랑한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그대야말로 가장 훌륭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 / 5. “사람은 악하다.” 나를 위로할 생각에서 더없이 지혜로운 자 모두가 내게 한 말이다. 아, 오늘날 아직도 이 말이 진실이기를! 악이야말로 인간에게 최상의 힘이기 때문이다. / “사람은 보다 선량해져야 하며 보다 사악해져야 한다.” 나는 이렇게 가르친다. 위버멘쉬의 최선을 위해서는 최악이라는 것도 필요하다. / [...] / 6. 내 보기에 그대들은 아직 충분히 고통을 받고 있지 않다!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 뿐, 인류의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 [...] / 9. 보다 높은 인간, 담대한 인간들이여! 솔직한 인간들이여! 오늘날 건전한 불신을 갖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들의 근거를 비밀로 하라! 오늘날은 천민들의 세상이다. / 천민들이 아무 근거 없이 믿게 된 것, 누가 근거를 대어 그것을 뒤집을 수 있겠는가? / 시장터에서 사람들은 몸짓으로 설득한다. 근거들은 천민들로 하여금 불신을 하도록 만든다. / [...] / 13. 능력 이상으로 도덕적이고자 하지 말라! 가능하지 않은 것을 자신에게 요구하지도 말라! / [...] / 14. 그대들이 큰 일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곧 실패한 것인가? 그리고 그대들이 실패작이라고 해서 인류 자체가 실패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인류 자체가 실패로 판명되었더라도, 좋다! 자! / [...] / 16. 여기 이 땅에서 지금까지 가장 큰 죄는 어떤 죄였던가? 그것은 ‘웃고 있는 자에게 화 있을지어다!’라고 말한 그 자의 말이 아니었던가. / 이렇게 말한 그 자는 이 땅에서 웃어야 할 이유들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그 찾는 방법이 좋지 못했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린아이조차 웃어야 할 이유들을 찾아내지 않는가. / 그는 충분히 사랑하지도 않았다. 충분히 사랑했더라면 그 또한 웃고 있는 우리들을 사랑했으리라! 그러나 그는 우리를 미워하여 조롱했으며 우리로 하여금 울부짖고 이를 갈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저주해야만 하는가? 그런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한 취향이리라. 그런데도 이 무조건적인 자는 그렇게 행동했다. 그는 천민 태생이다. / 그 자신은 충분히 사랑을 해보지도 않았다. 충분히 사랑했더라면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대한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그 이상을 바란다. - 462~473
- 우수의 노래
- 과학에 대하여
“공포, 그것은 사람에게 있어 타고난 감정이자 근본적인 감정이다. 공포에서 모든 것이, 타고난 죄와 타고난 덕이라는 것이 설명된다. 과학이라고 하는 나의 덕도 공포에서 자라났다. / 이를 테면 맹수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성장해온 감정이다. 사람들이 자기 내면에 감추고 있으면서 무서워 떨고 있는 짐승에 대한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것을 ‘내면의 짐승’이라 부른다. / 이처럼 예로부터 내려온, 오래된 공포가 마침내 그럴싸하게 다듬어지고, 영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정신적인 것으로 성장하면서 오늘날 과학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여겨진다.” / 양심을 지닌 자는 이렇게 말했다. - 488
- 사막의 딸 들 틈에서 ☞ 동방과 유럽
- 각성
- 나귀의 축제
‘사람들은 분노가 아니라 웃음으로 살해한다.’ 언젠가 그대가 한 말이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 숨어 있는 자, 분노하지 않고서도 파괴하는 자, 그대 위험한 성자여, 그대는 무뢰한이다! - 509
- 명정의 노래
1. ‘그것이 바로 삶이었던가?’ 나는 죽음에다 대고 말하련다. ‘좋다! 그렇다면 한번 더!’ / [...] / 간단하게 말하자면, 차라투스트라의 말처럼 “그게 무슨 상관인가!” / [...] / 6. “세계는 깊다. 그리고 낮이 생각한 것보다 더 깊다!”고 노래하는, 자정에 맞이하는 임종의 도취적인 행복의 향기가. / [...] / 10.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어떻게 생각들을 하고 있는가? 나는 예연자인가? 꿈을 꾸고 있는 자인가? 술에 취한 자인가? 꿈풀이를 하는 자인가? 자정에 울리는 종인가? / 한 방울의 이슬인가? 영원의 안개이자 향기인가? 그대들은 듣고 있지 않은가? 냄새 맡고 있지 않은가? 방금 나의 세계는 완성되었다. 자정이 곧 정오이기도 하다. / 고통 또한 쾌락이며, 저주 또한 축복이며 밤 또한 태양이다. 가라. 아니면 배워라. 현자도 바보라는 것을. / 그대들은 언젠가 쾌락을 향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오, 나의 벗들이여, 그랬다면, 그대들은 온갖 고통에 대해서도 좋다고 말한 것이 된다. 모든 사물은 사슬로 연결되고 실로 묶여져 있으며, 사랑으로 이어져 있다. / 그대들이 어떤 한 순간을 다시 한번 소망한 일이 있었다면, “너, 내 마음에 든다. 행복이여! 찰나여! 순간이여!”라고 말한 일이 있다면, 그대들은 모든 것이 되돌아오기를 소망한 것이 된다. /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영원한, 모든 것이 사슬로 연결되고, 실로 묶여 있고 사랑으로 이어져 있는, 오, 그대들은 이런 세계를 사랑한 것이다. / 그대 영원한 자들이여, 이러한 세계를 영원히, 그리고 항상 사랑하라. 그리고 고통을 향해 “사라져라, 그러나 되돌아오라!”고 말하라. 모든 쾌락이 영원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 513~522
- 조짐
“[...] 나의 마지막 죄로?” 차라투스트라는 외치고는 화가 나 그 자신의 말을 비웃었다. “무엇이 나의 마지막 죄로서 내게 아직 남아 있다는 말인가?” /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자신의 내면으로 빠져들었다. 다시 그 커다란 돌 위에 앉아 생각해보았다. 갑자기 그는 벌떡 일어났다. / “연민이다! 보다 높은 인간들에 대한 연민이다!” 그가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청동빛으로 변했다. “좋다! 그것도 이제 끝이 났다! / 나의 고통과 연민,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나는 행복을 열망하고 있는가? 나는 나의 작품을 열망하고 있을 뿐이다! / 좋다! 사자는 왔으며 내 아이들도 가까이에 와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성숙해졌다. 나의 때가 온 것이다. / 이것은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이 시작된다. 솟아올라라, 솟아올라라, 너, 위대한 정오여!”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그의 동굴을 떠났다. 컴컴한 산 뒤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태양처럼 불타는 모습으로 늠름하게.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끝. - 528~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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