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사람이 내 블로그를 보러 들어오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혹 그분이 읽는다면, 그 분만은 이 이야기가 자신이 한 이야기임을 당연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강의를 수강한 분이라 내가 단체 메일로 이 블로그의 주소를 알려드렸지만, 그분은 지금은 아마도 6개월도 더 전에 내 강의를 들으셨던 것 같고, 당연히 그 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지금 그 강의의 이름도 생각이 안 난다.
그런데 아마도 종강날 뒤풀이였던가? 그 분과 아마도 또 다른 분과 우리는 서로 옆자리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분이 한 말이 계속 오늘까지 내 귀에 울린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참으로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분은 자신이 한 그말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성격상 아마도 기억하실 듯하고, 내게는 위에 적은 것처럼 여전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생생해진다.
어떤 맥락에서 그 얘기가 나왔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기억나는 것은 그 분이 한 이런 말이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어떤 일을 겪은 이후, 시간이 갈수록 자기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확신을 단순히 갖는 게 아니라,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아예 고려할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이 나는 세상에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고, 그때나 저때나 그 말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시간이 갈수록 그분이 이 말을 하면서 지었던 표정과 그 말투, 그 장소가 생각이 난다. 왜 그런 것일까? 물론 그 사이에 이 말을 내게 더욱 더 실감시켜줄 그런 종류의 사건은 전혀 없었다.
물론 나는 그말을 처음 들을 때에도 공감을 했고(누군들 안 그러랴!) 그 말이 옳다고 생각을 햇지만, 나도 내가 왜 이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생생한 인상으로 내게 떠오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분은,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럴 만한 어떤 끔찍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번쯤은 그랬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공감이 가는 것일까? 때로는 피해자이고 때로는 가해자인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 번은 그랬을 것처럼 말이다.
내가 아는 것은 그저 이 말이 너무도 옳은 말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분이 말한 것처럼, 그런 사람이란 정말 생각할수록 무서운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 뱀발. 이 글을 적다보니 니체의 한 마디가 생각났다.
"진리의 적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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