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4.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7

<6학년 9반> - 서울 문창국민학교 6학년 9반 문집. 지도교사 유인성.





* 표 - 이상욱





교실 뒤에 늘어 붙은
갖가지 표들은
우리들의 몸을 대신합니다.
□칸에 갇혀 있는 ○, △, ×가
우리들의 몸을 대신합니다.


우리들의 생활과
모든 일들은
갖가지 표들이 확인시키고
우리들은 모두
□칸에 갇혀서
○표 받기를 소원합니다.


교실 뒤에 늘어붙은
갖가지 표들을
나는 미워합니다.그 표 안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는 우리가
원망스럽습니다.





* 유리창 - 전영이



오늘 내 동생이 골 놀이를 하다가 유리창을 깨었다. 그래서 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한테 혼날 생각을 하니 무섭다.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다. 그런데 어머니는 야단만 치시고 웃으셨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조마조마한 마음도 없어졌다. 난 이럴 때마다 어머니의 얼굴이 예쁜 것같이 느껴졌다. 이제 어버이날이 다가오기 때문에 아버지께 못하는 효도를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몫까지 다 하겠다. (1980.5.6.)





* 생명 - 신미정


오늘은 독수리 5형제를 보았다. 독수리 5형제 중 제1호가 있다. 독수리 1호와 3호가 나쁜 놈을 죽이기 위해서 독수리들이 타는 비행기에서 내렸다.


나는 1호와 3호가 죽이는 나쁜 놈이 가여웠다. 특히 1호가 죽이는 나쁜 놈은 더욱 더 가여웠다. 왜냐하면 독수리들이 발로 생명을 다치게 하며, 날카롭고 무서운 톱날 같은 것이 날아가면서 인간을 죽였다. 아무리 적이라도 그렇지, 같은 인간끼리 그렇게 비참하게 죽이다니, 정말 독수리들이 너무 미웠다.


앙리 뒤낭은 적을 치료하신 분이다. 독수리하곤 비교가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때리시는 것도, 아니 벌을 세우는 것도 마음이 아프시다고 하시는데, 족수리들은 정말로 인정도 없는 사람인가 보다.


지구를 위해서 싸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인간을 그렇게 비참하게 죽이고도 자기가 잘난 것같이 딱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우스웠다. 비록 만화지만, 나는 독수리 5형제를 매일 보지만 오늘처럼 뜻있게 본 적은 없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생명에 대해서 알겠다. (1980.5.27.)






* 개구리 해부 - 김영진


나는 오늘 아침 학교에 가는 길가에서 노는 개구리를 잡아 가지고 학교에 갔다. 해부가 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불쌍해서 학교 연못에 자유로이 놓아주었다. 그렇지만 다른 아이들이 자꾸만 돌을 던져서 개구리를 다시 끄집어 내었다. '거기서 돌을 맞아 죽느니 아예 해부하는 것이 낫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부는 수업을 마치고 규일이네 집에 가서 성욱이와 경상이, 그리고 병현이가 하였다. 나와 규일이는 마음 약해서 해부는 하지 않고 구경만 하였다. 그러나 구경하면서 나는 몹시 후회하였다.


팔과 다리에 핀을 꼽을 때 개구리가 몹시도 괴로와하는 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도에 맞아 죽더라도 조금이나마 연못에서 자유롭게 살게해 줄 걸......' 이렇게 생각했을 때에는 벌써 개구리가 숨을 거두었을 때였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개구리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다. '다음부턴 이렇게 끔찍하게 생명을 죽이는 일은 안 하겠다'라고 말이다. (1980.5.7.)





* 책 머리에(끝 부분)


여기 너희들의 생활이 모였다. 동무들의 따뜻한 입김이 서려 있다. 웃는 얼굴, 찌푸린 얼굴, 성낸 얼굴, 심각한 얼굴, 우는 얼굴, 기도하는 얼굴 모두 있다. 따스한 정이 넘치는 사랑이 담겨 있다. 나는 확신한다. 이 힘으로 세상이 밝아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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