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3.

고통 - 앙드레 드 리쇼









 

andré de richaud, la douleur, 1931
앙드레 드 리쇼, 이재형 옮김, 문학동네, 2012.







"1914년 8월. 대위가 군대에 동원되자 그녀는 아들만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전쟁이 오래가지 않으리라 여겨 짐을 풀지는 않았다. 버들가지로 엮은 커다란 트렁크들은 살짝 열린 채 어두운 현관에 오랫동안 놓여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그 안의 내용물이 찬장이나 옷장과 같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정돈되기 시작했다. 몇 달 뒤 트렁크들은 다락방으로 올라가 이제 더는 여행을 하지 않는 다른 트렁크들을 만났다. 모든 물건이 놓여할 자리에 놓이고 테레즈 들롱브르가 다시 도시로 가서 살겠다는 희망을 포기했을 즈음, 그녀는 남편의 사망 통지서를 받았다. 지내고 있는 곳이 사뭇 적막하고 쓸쓸해서 감정이 무뎌질 대로 무뎌져 있던 터라 충격이 격렬하기는 했어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아들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은 채 여드레를 울고 난 뒤, 이제 혼자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나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아들이 덜컥 홍역에 걸리고 말았다. / 여위기는 했지만 훌쩍 커버린 아들이 병석에서 일어났을 때 테레즈 들롱브는 남편을 거의 잊은 상태였다. 어린 환자를 문병 온 여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미래를 암시했다. 죽을 때까지 그늘에 묻혀 살아야 한다는. 아들 조르제를 위해서 ...... / 그녀는 자신이 처한 비장한 상황에 경탄했다. 자기 희생과 용기를 주제로 삼은 어느 위대한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10)




나는 앙드레 드 리쇼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아름다운 책을 결코 잊어버린 적이 없다. 그 책은 처음으로 내가 아는 것, 어머니, 가난, 하늘에 비치는 아름다운 저녁 같은 것을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고통』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단단하게 묶여 있던 매듭을 풀어주었고 속박에서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그 책을 하룻밤 사이에 다 읽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자 어떤 낯설고 새로운 자유가 용솟음쳐 머뭇거리며 미지의 땅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통』은 나에게 창작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 알베르 카뮈




이 소설은 어머니와 아들의 복잡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 욕망으로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의 인질로 삼는다. 아이는 슬픔과 고독에 사로잡힌다. 카뮈 역시 어린 시절 무관심한 어머니로 인해 불안을 느껴왔다. 고통, 욕구, 혐오, 이 모든 감정이 뒤엉켜 그의 가슴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통』은 이러한 감정을 수면 위로 떠올려, 카뮈가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 안도 도모코(큐슈 대학교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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