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9.

연극의 하찮음, 소설의 해로움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1961



그러나 인간을 감성적인 것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것에는 지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성 자체도 있다. 더 이상 자연의 움직임에 의해서가 아니라 온갖 습관에 의해, 사회생활의 온갖 요구에 의해 지배되는 감성. 근대인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낮을 밤으로, 밤을 낮으로 삼아 왔다.



“파리에서 여자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때는 언제나 자연에 의해 정해진 시간과 동떨어져 있어서, 하루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흘러갔고, 가장 맑은 공기는 사라졌으며, 아무도 아름다운 시간과 맑은 공기를 누리지 못했다. 독기와 해로운 악취는 태양의 열기에 이끌려 벌써 대기 속으로 올라간다. 그때에야 미녀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려고 꾸물거린다.”(보쉬네, 1783)



이러한 감각의 불순(不順)은 환각이 길러지고 헛된 정념과 영혼의 가장 음침한 움직임이 인위적으로 야기되는 연극에서 계속되는데, 특히 여자들은 “열광과 흥분을 자아내는” 그러한 연극을 좋아하고, 여자들의 영혼은 “그토록 심하게 뒤흔들리어, 사실은 일시적이지만 통상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낳는 충격이 신경에 가해지며, 여자들의 감각이 순간적으로 박탈되는 현상이나 여자들이 근대의 비극을 관람하면서 쏟는 눈물은 연극의 공연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하찮은 사건일 뿐이다.”



소설은 착란된 감성에 더 인위적이고 더 해로운 환경을 형성하며, 근대 작가들이 소설에서 나타내려고 애쓰는 그럴듯함 자체, 그리고 그들이 진실을 모방하는 데 이용하는 기법 전체는 그들이 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키고 싶어하는 격렬하고 위험한 감정에 더 많은 위력을 보탤 뿐이다.



“프랑스에서 예절과 여자들에 대한 친절이 시작된 처음 몇 세기 동안 여자들의 덜떨어진 정신은 믿을 수 없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사실과 사건에서 만족을 느꼈다. 여자들은 이제 그럴듯한 사실, 그러나 몹시 이상해서 감정을 혼란시키고 뒤흔들 그토록 경이로운 감정을 원하며, 뒤이어 불가사의한 현상에 매혹되어 그것을 주변의 모든 것에서 구현하려고 시도하지만, 자연에 없는 것을 찾아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모든 것은 감정도 생명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전형적으로 감성 전체의 왜곡된 환경을 형성하고, 영혼을 감성적인 것에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자연스러운 것 전체로부터 분리시켜,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격렬하고 자연의 부드러운 법칙에 의해 덜 규제되는 감정의 상상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토록 많은 작가가 다수의 독자로 하여금 알 껍질을 깨고 나오게 만들고, 지속적인 독서는 온갖 신경증 환자를 낳게 되는 바, 여자들의 건강에 해로운 모든 원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100년 전부터 시작된 소설의 한없는 증가였을 것이다. ... 10살 무렵에 달리기 대신 책을 읽는 소녀라면 20살 무렵에는 틀림없이 좋은 유모가 아니라 심한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가제트 살뤼테르, 1768)


 
18세기에는 광기와 광기의 위협적 증가에 대한 의식을 중심으로 새로운 범주의 개념들이 여전히 매우 산만한 방식으로 서서히 형성된다. 17세기가 광기를 위치시켰던 비이성의 풍경에서 광기는 어렴풋이 도덕적 의미와 기원을 감추고 있었고, 17세기의 불가사의에 의해 광기는 과오에 연관되었으며, 광기에 곧장 깃들인 것이라고들 인식한 동물성은 역설적이게도 광기를 더 결백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후반기에는 인간을 아득한 옛날의 타락이나 한없이 현존하는 동물성 쪽으로 근접시키는 것에서 더 이상 광기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게 되고, 반대로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세계에 대해, 그리고 자연의 직접성을 통해 인간에게 제공되는 모든 것에 대해 유지하는 그 간격 안에 광기를 위치시킨다. 광기는 감성적인 것, 시간, 타자에 대한 인간의 관계가 변질되는 그러한 ‘환경’(milieu) 속에서, 인간의 삶과 변전(變轉)에서 직접적인 것과의 단절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제 광기는 자연이나 타락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영역에 속하는데, 이 영역에서는 역사가 예감되기 시작하고, 의사들이 말하는 ‘정신이상’(l'aliénation des médecins)과 철학자들이 말하는 ‘소외’(l'aliénation des philosophes)라는 두 형상, 이를테면 인간의 진실이 어떻게든 변질되는 조건이지만 일찍이 19세기에 헤겔 이후로 유사성의 흔적을 모두 잃어버린 두 형상이 본래의 막연한 연관성 속에서 형성된다(58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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