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7.

당신이 저지른 과실의 결과








<제인 에어> - 샬럿 브론테 / 유종호


       
"그래, 그럼 제인, 상상력의 도움을 빌려요. 가령 말이오, 당신이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훈련된 소녀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오늘날까지 제멋대로 자라난 장난꾸러기 소년이라고 가정해 보란 말이오. 머나먼 외국 땅에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거다란 과실을 저질렀다고 생각해요. 어떤 성질의 것인지, 어떤 동기에서인지 그건 아무래도 좋다고 하고, 다만 과실의 결과가 일평생 당신의 생애를 따라다니고, 그 오점은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고 합시다. 알겠소? 난 말하자면, 이 세상의 범죄라는 걸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니까. 범법자에게 법률의 제재를 받게 하는, 피를 흘리게 한다든가, 또는 어떠한 범죄 행위를 말하는 건 아니오. 내가 말하는 건 과실이란 말이오. 당신이 저지른 과실의 결과가 머지않아 당신에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어, 당신은 구원을 얻으려고 방법을 강구한단 말이오. 정상적인 일은 아니지만 법률에 저촉되지도 않고 문책을 받을 성질의 것도 아니야. 그러나 역시 당신은 불행하단 말이오. 왜냐하면 당신의 바로 문 앞에서 희망이 당신을 저버렸기 때문이오. 당신의 청춘은 일식 때문에 대낮인데도 어두워지고, 해가 질 때까지 그 암흑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지. 쓰디쓰고 치사한 연상이 당신의 유일한 양식이 된거야."(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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