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6.

커피의 해악과 효능



 

<내 이름은 빨강 1> - 오르한 파묵 / 이난아
       
"자기 얘기에 도취된 후스렛 호자는 더욱 흥분해서 입에 거품을 문 채 계속 열변을 토했습니다.

<오, 나의 헌신적인 신도들이여! 커피를 마시는 것은 죄악입니다. 우리 위대한 예언자 무함마드께서는 커피를 들지 않으셨소. 커피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위궤양과 허리 디스크와 불임의 원인이 되는 사탄의 음료임을 아셨기 때문이지요. 또한 커피숍은 쾌락을 탐닉하는 돈 많은 한량들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온갖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는 장소요. 그러므로 수도원보다 먼저 커피숍을 폐쇄해야만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커피 마실 돈이 어디 있겠소? 그런데 그들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잔뜩 마시고 정신이 몽롱해져서 그곳의 천한 잡종견들이 떠드는 이야기에 잔뜩 귀를 기울이고 심지어 그들이 하는 말을 진짜로 믿습니다. 나와 우리 종교를 비방하는, 바로 이런 자들이야말로 진짜 똥개들입니다!>"(32)



<내 이름은 빨강 2> - 오르한 파묵 / 이난아
       
"그들은 커피의 해악, 즉 눈과 위를 나쁘게 만들고 머리를 몽롱하게 하여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한다는 걸 강조하고, 유럽인들의 독(毒)인 커피를 아름다운 여자을 한 악마가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주었다가 거절당했다는 에피소드도 얘기해 줬어요. 마치 밤의 여흥으로 교양을 배우는 것 같았죠. 집에 돌아가면 남편에게 <독을 많이 마시면 안 되요.>라고 잔소리를 할 생각도 했답니다."(240)




<광기의역사> - 미셸 푸코 / 이규현

"(2) 정화.

내장의 협착, 들끓는 잘못된 생각, 술렁이는 독기와 격한 감정, 체액과 정기의 부패 ... 광기는 동일한 정화 작업에 결부될 수 있는 일련의 치료법 전체를 불러들인다. [...]

그러나 주된 작업은 몸 속에 형성되어 광기를 결정적으로 유발한 모든 동요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것으로는 우선 쓴 맛의 액체가 있다. 쓴 맛은 바닷물의 매서운 힘을 모두 지니고 있고, 정화 작용을 하며, 병으로 인해 육체나 영혼에 쌓인 무익하고 해로운 모든 불순물을 부식시킨다. 쓰고 강한 맛의 커피는 <뚱뚱한 사람, 그래서 진한 체액이 가까스로 순환하는 사람>에게 유익하고, 위험한 열기 없이도 필요 이상의 습기를 없애주는 것이 이러한 종류의 물질에 고유한 속성이므로, 태우지 않으면서 건조시키고, 불꽃 없는 물과 같은 것으로서, 태우지 않고 정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불순물을 줄여준다.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온 사람은 커피가 위장병을 고친다는 것, 커피가 위장의 과도한 습기를 빨아들인다는 것, 커피가 장 속의 가스를 없애주고 장의 점액을 녹여 부드럽게 청소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고,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 커피가 머리로 올라오는 술기운을 막고, 따라서 흔히 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바늘에 찔리는 듯한 고통을 완화시키며, 요컨대 생명의 정기에 힘과 활기를 주고, 생명의 정기를 청결히 유지시키면서도,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에게조차 상당한 열기의 느낌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1763년 퐁타무송에서 제출된 티리옹의 박사학위 논문 <커피의 사용과 남용에 대하여>, Thirion, De l'usage et l'abus du cafe, these soutenue a Pont-a-Mousson, 1763(Gazette salutaire, n. 37, 1763년 9월 15일 서평 참조))"

(498~5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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