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7.

당신 인생의 이야기, 혹은 이미지-사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 김상훈


       
"세계를 구원한 후 그는 무엇을 할 작정일까. / 나는 말을 이해하고, 그것이 작용하는 수단을 이해한다. 고로, 나는 붕괴한다."(109)


"비음운적(非音韻的)인 언어로 사고한다는 개념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켰다. 내 친구 중에 부모 두 사람이 청각 장애자인 사람이 있다. 미식 수화법을 쓰며 자란 그가 영어 대신 수화를 써서 생각하는 일이 자주 있다는 얘기를 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수화로 코드화된 사고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내적인 목소리 대신 내적인 손 한 쌍을 써서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하곤 했다.


<헵타포드 b>를 습득하면서 나는 그에 못지 않게 이질적인 경험을 하고 있었다. 나의 사고는 그림을 통해 코드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낮에는 이따금 꿈을 꾸는 듯한 상태에 빠져, 나의 사고가 내적인 목소리로 표현되는 대신, 유리창에 서리가 끼듯이 생겨나는 어의(語義)문자(semagram)로 대체된 광경을 심안으로 보곤 했다."(189~190)


"수학이 모순된 체계이며 그것이 내포하는 놀라운 아름다움 모두가 실은 환영(幻影)에 불과하다는 증거와 직면한다는 것은 내게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395)




***





우연한 기회에 어떤 분이 소개해주셔서 읽게 된 소설, 일명 'sf 소설'인데, 결코 그런 장르에 한정시킬 수 없는 실로 과학철학적, 형이상학적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 테드 창은 'sf 소설계의 보르헤스'이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이고, 아직 안 읽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뱀발. 난 남자지만 이 책을 읽으며 중국계 2세 미국인인 테드 창이 실린 앞 날개의 사진이 점점 더 멋지게 심지어 섹시하게(!) 보여지는 것을 느꼈다. 한 사람이 '지적으로 섹시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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