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7.

구원, 그리스의 빛






<영혼의 자서전. 1>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안정효

       
"내가 벅찬 재앙이 닥치자마자 형언하기 힘든 비인간적 기쁨에 사로잡힌다는 사실을 나는 이때 처음 깨달았다. 숙모 칼리오페의 집이 홀랑 타버렸을 때 처음으로 불을 구경하던 나는 누가 목덜미를 잡아 집어던질 때까지 불 길 앞에서 깡충깡충 뛰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우리 선생이던 크라사키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웃지 않기 위해 애를 먹었다."(107)


"나는 언제가 나이 많은 이슬람 교도의 입을 통해 들었던 근엄한 격언이 머리에 떠올랐다. <만일 여자가 같이 자자고 부르는데 가지 않으면 너는 저주를 받을지어다. 신은 이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너는 지옥의 밑바닥에 유다와 자리를 같이 하리라.> 나는 이 말에 겁이 났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나는 다친 짐승처럼 비틀거리며 집으로 걸음을 서둘렀다."(190)



"동양의 불안정하고 혼란한 함성은 그리스의 빛을 거치는 동안 점점 투명해지며 인간화하면서 로고스로, 이성으로 변형된다. 동양의 노예 근성을 자유로, 야만적 도취를 명석한 합리성으로 바꿔 놓는 여과기이다. 무형의 형태를, 측정이 불가능한 사물에 척도를 부여하며, 맹복적으로 맞서 싸우는 힘들에 균형을 잡아주는 사명은 세파에 시달린 그리스라는 바다와 땅의 힘에서 나온다.

그리스를 여행하면 참된 기쁨을, 위대한 풍요함을 얻는다. 그리스의 흙은 피와, 땀과, 눈물로 너무나 속속들이 젖었고, 그리스의 산들은 너무나 많은 인간의 투쟁을 보았기에, 여기 이 산과 해안에서 백인종의 그리고 모든 인류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음을 생각해보면 나는 전율한다. 짐승에서 인간으로의 기적적인 변신이 이루어진 곳은 틀림없이 우아함과 흥겨움이 넘치는 이런 바닷가에서였으리라. 톱처럼 수많은 젖이 달린 아스타르테가 소아시아에서 닻을 내렸거, 야만적이고 조잡한 목상(木像)을 받은 그리스인들이 거기서 야수성을 씻어 내고 인간의 젖가슴만 남기고는 존귀한 인간의 육체를 부여한 곳은 그리스의 바닷가였으리라. 소아시아에서 그리스인들은 원시적인 본능과, 난장판을 즐겼으리라. 야수 같은 고함을, 아르타르테는 받았다. 그들은 본능을 사랑으로, 물어뜯는 입을 키스로, 술잔치를 종교적인 예식으로, 고함을 사랑의 속삭임으로 변모시켰다. 아스타르테를 그들은 아프로디테로 변형시켰다.


영적인, 그리고 또한 지리적인 그리스의 위치는 신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닌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두 격류가 땅과 바다에서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리스는 항상 지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끊임없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곳이다. 이러한 숙명적인 위치는 그리스의 운명과 전 세계의 운명에 기초적인 영향력을 미쳤다."(221~222)


"광기로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재난을 맞으리라."(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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